재의 요구의 논란 속에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지난달 26일 공포됐다. 공포 이후에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부터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소홀히 취급받았던 학교 내 학생 인권에 대한 보호, 학생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에 대해 규정해 놓은 것이다. 이는 헌법적 가치와 국제 인권협약,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법규로서 법리적 타당성과 함께 사회적 동의도 갖고 있다. 학생인권을 강화하려는 것은 국제사회의 인권강화의 추세와도 맥을 같이한다.
최근 우리 사회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학교폭력의 문제도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시각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상호간의 인권을 존중해 주는 학생인권조례의 충실한 이행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생인권조례에서 가장 심각히 여기는 인권침해의 영역이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고자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 사이의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교사의 체벌까지 반인권적인 행위로 규정해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 시행한 지도 1년이 넘었다. 정착 과정에서 다소 진통은 있었지만 시행 전에 가졌던 많은 우려에 비해 비교적 순조롭게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정착되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 현장은 유교적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권위주의적 교육 풍토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 일제 식민지 문화와 군대식 문화가 남아 있었고,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비롯된 학부모와 학교의 학력 경쟁으로 인해 학생인권과는 거리가 먼 풍토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학교폭력, 집단 괴롭힘 등 학교 안팎의 크고 작은 사안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오늘의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의 문제는 이러한 학교 교육의 권위주의적 문화, 학생에 대한 강압적이고 지배적인 풍토 속에서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이다. 인권에 대한 지적 안목과 감수성을 가진 사람만이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다. 학교폭력, 학생 체벌, 두발과 용의 복장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학생들에 대한 인권 침해라 할 수 있다. 학생도 인간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독립적 인격체이다.
학교 현장에 학생인권조례가 바르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인권친화적인 새로운 학교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권위주의적 학교문화를 해체해야 한다. 교원, 학생, 학부모에게 인권연수 등 인권교육을 실효성 있게 실시해 학교 구성원들이 인권친화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하고, 학교의 교과와 비교과를 포함한 모든 교육과정에서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권교육은 단순히 인권을 아는 '인권에 대한' 교육에 그쳐서는 안 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권을 위한' 교육과 '인권을 통한'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결부돼 학교와 교실에서 인권적인 삶으로 나타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학교와 교실에서의 인권존중 분위기 형성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인권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교사는 단순히 인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인권의 주체로서 학생들을 참여시켜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교사의 학생 지도방식이 바꿔져야 한다. 이제 교사의 지시를 학생이 일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학생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지도대상이 아니다. 교사는 종래와 같은 고압적인 지도방식을 버리고 학교규칙과 생활규정에 입각한 지도를 해야 하고, 학생을 소중한 인격체로 보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김유성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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