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북부에 자리한 엥헬레스 시티(Angeles City)는 '천사의 도시'란 이름에 걸맞지 않는 유흥의 도시다. 미군이 주둔한 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기지촌으로, 20여년 전 미군기지가 철수한 후에도 클럽가는 24시간 불야성이다. 500여개 클럽이 밀집된 이곳에서 춤추며 살아가는 무희도 1,000명에 가깝다.
무대 위에서 헐벗고 춤추는 그들도 쇼가 끝나면 가족을 부양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가는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석재현씨는 이들 삶에 포커스를 맞춘다. 2009~2010년 엥헬레스 시티 무희들의 일상을 기록한 석재현씨의 '엥헬레스의 천사들'(Angels of Angeles) 사진전이 29일부터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 아트&디자인 갤러리에서 열린다.
석씨는 특히 다섯 명 무희의 삶을 클로즈업했다. 그 중 한 명이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들 알빈과 딸 엔젤을 부양하기 위해 댄서를 시작한 아비게일이다. 집에 돌아오면 딸과 농구를 하는 활달한 엄마인 아비게일은 석씨가 촬영하던 즈음에 폐병으로 아들을 잃었지만 딸을 위해 꿋꿋이 아픔을 이겨낸다.
2003년 탈북자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던 중 중국 공안에 체포되기도 했던 석씨는 "엥헬레스에서 직업 댄서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들을 성 상품화 문제로 바라보기보다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로서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3월 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50여점의 사진과 다큐멘터리 동영상이 선보인다. (02)734-7555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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