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과거의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 과감히 쇄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이날 완전 단절 대상으로 언급한 '과거의 잘못'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국민들이 혐오하는 낡은 정치행태를 뜻하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박 위원장에게 빛이자 그림자이기도 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도 그 중의 하나다. 이 재단의 전신은 부산지역 실업인 김지태씨가 운영하던 부일장학회다. 이 장학회의 재산을 박정희 군사정부가 빼앗아 5ㆍ16장학회를 만들었고, 나중에 박정희의 '정', 육영수의 '수'를 따 정수장학회로 명명했다는 게 부산지역에 알려진 일반적 얘기다. 부일장학회가 강탈 당한 '장물'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과거조사위와 진실화해위원회도 부일장학회 재산 몰수의 불법성을 인정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질문을 받자 "정수장학회는 사회적 공익재단이다. 2005년 이사장 직을 그만두어서 그 후로는 저하고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그에게서 이 재단 이사장 직을 물려받은 최필립씨는 박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 말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냈고, 박 위원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이사들도 모두 친 박근혜 인사로 분류된다. 정수장학회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부산지역 유력 일간지 부산일보가 지난해 11월 정수장학회 지분과 관련된 비판적 기사를 실으려 했다가 발행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정수장학회는 형식상 이미 사회에 환원된 공익재단이지만 운영 등에서 박 위원장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게 하는 사례 중의 하나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운영의 독립과 단절이다. 이 문제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하려면 박 위원장의 선택은 자명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