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매주 수요일이면어김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지만, 1,010번째 맞는 이날 만큼은 특별했다.
“문화시위로 진행하겠다”는 주최 측의 설명이 있자마자 통기타를 맨 중년 여성들이 등장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언니밴드’다. 이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시작하더니 6곡을 내리 불렀다.
‘바위처럼’으로 시작한 노래 릴레이는 ‘나이 서른에 우린’, ‘평화를 원해’, ‘그대의 날’, ‘세상 참 맛있다’등 긍정과 희망으로 가득 찬 곡들로 이어졌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자리를 함께 한 200여명의 참가자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언제나 니곁에’라는 말의 앞 글자에서 따온‘언니 밴드’는 경기 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출발점이었다. 2009년 경기시민사회포럼에서 회원으로 만나 활동하던 김손옥(61), 박선희(56), 유녹경(53), 송나래(45), 설동실(53)씨는 공교롭게도 모두 악기를 다룰 줄 알았다. 이게 자연스럽게 밴드를 결성한 계기가 됐다. 밴드를 만든 뒤 한 달에 한번씩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연주를 하기로 했다. 틈나는 대로 연주를 하는 부지런함 덕에 입소문이 났고, 수요시위 주최 측의 요청으로 이날 무대에 선 것이다.
보컬 송나래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싶은 마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공연을 지켜본 박효정(42)씨는 “‘언니밴드’가 온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찾았다”며 “시위에 참여한 건 처음인데도 공연 덕분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니밴드’ 공연을 기획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노래가 있는 문화 시위라면 대중들이 더욱 가깝게 느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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