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트위터 계정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정근씨가 며칠 전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기다려 볼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 검찰과 법원을 비판해야 하는 일이다. 1990년 헌법재판소가 국보법 고무찬양 조항에 한정합헌 결정을 내릴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 두루뭉술해 인권탄압의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북한 계정을 리트윗한다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흔들릴 거라 보지 않지만, 검찰의 판단은 그보다 더 보수적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박정근씨가 북한체제를 찬양할 의도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명백했다. 한때 '반자본주의 반조선노동당'을 기치로 삼았던 사회당의 당원이 북한을 찬양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그리고 결코 고상하지는 않은 농담이 가득했던 그의 트위터 계정을 몇 달 동안 사찰해 남들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멘션을 부지런히 긁어모은 경찰의 노력은 슬프다. 그 노력으로 박정근은 졸지에 뉴욕타임스와 알 자지라에 등장하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대한민국의 인권수준은 인터넷을 검열하는 중국과 비교당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대통령께서 앞장서서 '국격'을 말하는데 공무원들이 따르지 않으니 사회 기강이 말이 아니다.
우리 체제를 지키겠다는 숭고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국보법을 옹호하는 분들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체제가 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체제에 반하는 사상의 자유도 인정하는 게 자유민주주의의 특징이다.
만일 북한을 옹호하는 사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반하기에 처벌받아야 한다면 박정희 전두환이 다시 나타나 독재를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 한국 사회가 독재국가로 회귀하길 바라더라도 그가 직접 쿠데타를 도모하지 않는 이상은 방관할 것이다. 사상은 자유롭되 행위는 처벌받는 것인데, 그 사이에 낀 '표현의 자유'는 문제가 좀 더 복잡하다. 2003년에 월간조선 편집장이었던 조갑제는 친북정권 타도는 합헌이므로 국민 저항권을 행사해야 하고 국군이 나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최병렬은 참여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화제삼아 "지지율이 20%가 안 되는 정권은 쿠데타가 일어난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조갑제와 최병렬의 발언이 용인되는 사회도 가능하고 처벌받는 사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용인되는데 박정근은 감옥에 가는 사회는 너무나도 불공정하다.
국보법 논쟁은 이렇게 그간에는 국가의 강압으로 결정되었던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성찰해보며 전개돼야 한다. 그런데 논쟁을 진창에 빠뜨리는 것은 그것의 상징성에 주목하는 정파 간의 대립이다. 진보는 그것이 '군사독재세력의 상징'이므로 반드시 그 이름을 없애야 한다 말하고, 보수는 이름을 없애면 국가안보에 구멍이 뚫린다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지자를 동원하기 위해 수사가 단순해지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합의를 위해선 기술적인 논의의 영역을 남겨놓아야 한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독소조항은 없애되, 국가보안법이 없을 경우 형법이 잡아내지 못하는 범죄의 영역에 대해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정말로 사람들이 국보법의 이름 때문에 그 폐지에 불안감을 느낀다면, 이름은 그대로 두되 내용은 변화된 국제정세를 반영하는 새로운 안보 관련 특별법들로 채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전두환을 반대한다고 '정의사회 구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듯, 국가보안법을 반대하는 것이 국가보안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다면, 굳이 그 이름을 가지고 다투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원이 박정근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길 기원한다.
한윤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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