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부족 간 분쟁으로 최근 열흘 동안 최소 133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21일 전했다. 리비아 남동쪽 국경 사막지대를 터전으로 수백 년째 함께 살아오던 아프리카계 투부 부족과 아랍계 즈와이 부족의 뿌리 깊은 원한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12일부터 남동부 사막지대에 위치한 도시 쿠프라에서 투부족과 즈와이족이 충돌해 투부족 113명, 즈와이족 20명이 각각 사망했다. 부상자도 투부족 241명, 즈와이 부족 40명으로 집계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사 압델마지드 투부족장은 AFP통신과의 통화에서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6명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분쟁의 원인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비아뿐 아니라 인근 차드와 수단, 니제르 등에 퍼져 살고 있는 투부족은 카다피 정권 당시 피부색이 검은 아프리카계라는 이유로 심한 차별대우를 받았다. 이들에 대한 차별은 아랍계 즈와이족이 특히 심했다. 이에 투부족은 지난해 카다피 정권붕괴 과정에서 시민군 편에 가담했다. 카다피 축출에 성공한 리비아 과도정부는 그 공로로 이들에게 남동부 국경감시 임무를 맡겼다.
최고 하층민에서 단숨에 권력을 얻은 투부족은 복수하듯 즈와이족이 생계수단으로 삼는 국경지대 마약 밀거래 소탕을 국경감시의 주 임무로 삼았다. 카다피 정권 붕괴 당시 이 지역 시민군을 이끌었고, 현재는 두 부족간 휴전을 중재하고 있는 살렘 사마디는 “투부족 6명이 국경지대에서 즈와이족 출신 밀거래자를 수색하는 과정에 밀거래자가 총기를 난사해 투부족 5명이 사망하면서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두 부족의 분쟁에는 총기류, 수류탄에 대공화기까지 동원되고 있다. 투부족이 수세에 몰리자 인근 국가 투부족들까지 가세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과도정부의 무관심도 분쟁이 격화하는 요인이다. 압델마지드 투부족장은 “과도정부에 개입을 요청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