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학생 아들이 긴급조치와 민청학련사건에 대해 물었다. 숙제라고 했다. 대강 설명해 주고는 자세한 내용은 자료에서 확인해보라고 했다. 잠시 인터넷을 뒤적이다 아이가 한 말은"박정희는 완전 나쁜 놈이네"였다. 당연했다. 다른 것은 모른 채 오직 두 가지 사실만을 근거로 했으니까. 아이의 섣부르고 위험한 판단이 무서웠다. 한 인물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심어주는 교육이 무서웠다. 아마도 많은 아이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그렇게 처음 만났을 것이다.
■ 그러니 아무리 박정희 대통령의 다른 면을 강조한들 한 번 기울어진 추가 쉽게 바로잡히겠는가. 박정희는 오직 나쁜 대통령,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자일 뿐이다. 다른 부분을 살펴보지 않으려 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조국 근대화, 새마을운동, 경제개발은 물론 검소하고 청렴한 리더십과 인간적인 장점까지도 유신헌법, 장기독재, 인권탄압으로 지워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역사이고, 한 인간의 삶의 흔적이다.
■ 의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흐의 말처럼 역사의 대상은 인간이고, 역사가 시간(시대) 속의 인간에 대한 연구라면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존재이다. 그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외면할 수는 없다. 이념이 다르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잊어버려서도 안 된다.'역사의 현재성'으로 보면 그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과거'이기도 하다. 공과(功過) 모두 기억하고 간직해야 한다. 역사의 단절, 부정보다 어리석은 짓은 없다.
■ 박정희 기념관이 13년의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다. '인간'박정희와 '대통령'박정희의 삶을 모아놓았다. 그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기념관 자체가 우상화, 미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안자가 다름 아닌 그 시대 누구보다 고초를 당했던 김대중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의 말처럼 박정희 기념관은 과거와의 화해이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긍정이고 포용이다. 자랑 좀 늘어놓은들 어떤가. 그 또한 분명 우리의 미래를 깨우쳐줄 배움의 공간이 아닌가.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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