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레미콘 공장이 일제히 조업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됐다. 중소업체뿐 아니라 대형 레미콘사들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어 장기화될 경우, 콘크리트 공급차질이 곳곳에서 건설공사가 중단되는 '공사대란'이 우려된다.
22일 전국 750여 개 중소 레미콘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시멘트 가격 인상에 항의하며 지난달 말 예고했던 조업중단을 강행했다. 강문혁 연합회 이사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업에는 유진 삼표 아주 등 대형 레미콘사들도 함께 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모든 레미콘 공장이 모두 '올스톱'된 것은 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의 발단은 작년 6월 30% 가격을 올린 시멘트 업체들이 올 초 톤당 가격을 6만7,5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15% 인상한다고 통보하면서다. 레미콘사들은 이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서 인상폭을 낮춰달라며 조업중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멘트 회사들도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파업의 타깃은 사실상 최종 수요자인 건설사를 향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작년 6월 시멘트 가격이 30% 올랐지만 단 3%만 납품단가에 반영했다. 이번에도 15% 인상분의 2~3% 정도만 반영한다는 방침. 배조웅 레미콘조합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레미콘 가격을 ㎥당 5만6,000원에서 6만50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요구"라며 "지난해 대부분 흑자를 낸 건설사들이 이를 수용하는 결단을 보여야한다"고 주장했다.
20일에 이어 이날도 정부주재로 열린 레미콘·시멘트·건설업계 3자 회의가 열렸지만 모두 결렬된 상태. 서울경인레미콘협동조합 이병덕 이사는 "시멘트 레미콘 업계는 대표자들이 나왔지만 건설사는 자재구매담당 과장 차장급이 얼굴을 내비쳤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5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공기지연에 따른 차질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고된 파업이어서 건설사들이 공정 순서를 조정해 3~4일 정도는 무리 없이 공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5일을 넘어가면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방 관급공사의 경우 중소업체에서 생산한 레미콘에 의존하고 있어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곳이 속출할 전망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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