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서 여러 현안을 언급했지만, 국민이 주목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측근과 친인척 비리, 다른 하나는 야당이 폐기를 요구함에 따라 선거 쟁점으로 부각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문제였다.
우선 비리 의혹에 대해선 진솔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이 대통령은 측근ㆍ친인척 비리에 대해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고 밤잠을 설친다" "제 심정도 그런데 국민 마음은 어떻겠느냐"고 간접적인 사과를 했다.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해선 "소홀히 했다"는 말을 했다. 잘못했다는 의미이지만, 듣기에 따라선 남의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다 확실하게 "대통령으로서 주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고 했으면 국민들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내곡동 사저 의혹의 경우 세세한 부분을 밝히지 못한다 해도 큰 줄기는 얘기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했어야 옳았다.
회견의 핵심인 한미FTA와 해군기지에 대해 "국익과 나라의 미래가 걸린 핵심 정책은 원칙을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대통령이 선거국면에서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고 국가간 조약이나 중요한 국방정책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FTA나 해군기지의 당위성을 역설했던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등 야당 지도자들이 지금 폐기를 주장하는 모순을 지적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민주당, 한미FTA 참회록부터 써라'(2월 9일자 사설)고 촉구한대로 민주당은 "당시에 잘 몰랐다"는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대통령이 이를 핑계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투자자_국가제소(ISD), 네거티브 리스트, 역진방지 등 우리의 정책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을 수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 1년 동안 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 그런 말을 했으니 잘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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