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일부 예비후보들의 자기 부정이 가관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자신의 경력이나 게시물, 관련 기사 중에서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과거 경력을 지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자신의 일부 경력이나 과거 문제가 됐던 게시물 등을 삭제하거나 정정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명박(MB) 정권 말기 '반(反)MB' 분위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현정부와 관련된 경력을 포털의 인물정보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청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는 않지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해 말 주요 포털사이트에 인물정보 정정을 요청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및 현정부에서 맡은 직함을 모두 삭제했다.
또 총선 예비후보들이 과거 논란이 됐거나 공천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기사나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일부 정치인은 과거 검찰 조사를 받았다거나 비리 의혹이 있다는 기사를 포털에서 빼달라고 해당 언론사 등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요청에 시달리던 5대 포털사이트(NHN,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야후코리아, KTH)가 총선 후보자의 연관 검색어와 자동완성 검색어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기로 하는 자체 서비스 기준을 마련했다니 웃지 못할 일이다.
포털 경력 삭제를 시도하는 출마자들은 "일부 경력 빼기가 위법 행위는 아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는 자기 삶에 대한 부정이자 유권자의 눈을 속이는 꼼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면 포털 상의 자기 과거가 선거에서 마이너스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까지 포함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정말 잘못된 정보이거나 근거 없는 음해성 게시물이 포털에 게시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선거에서의 유ㆍ불리에 따라 삭제를 시도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이 같은 현상은 총선을 앞둔 여야에서 각각 '박근혜ㆍ노무현 마케팅'이 유행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자들 중 상당수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인연을 내세운 것을 보면 그 위력을 실감할 만하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황주홍 예비후보(전남 영암ㆍ강진ㆍ장흥)는 9년 전 대학교수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칼럼을 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자신의 포털 경력을 '마사지'해서 여의도에 입성한 사람이 과연 국민의 대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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