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북자 강제 송환 문제가 한중 양국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강제 송환을 중지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중국은 탈북자에 대해서는 난민협약을 적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로 눈을 돌려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분위기를 모아갈 태세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탈북자들은 경제 문제 때문에 중국에 넘어온 불법 월경자"라면서 "난민의 범위에 속하지 않을뿐더러 유엔 시스템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훙 대변인은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자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국 정부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20일 탈북자의 강제 북송이 난민협약과 인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화법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한국 측 요청을 일축한 바 있다.
중국이 이 같은 완강한 입장을 유지하자 정부는 27일부터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기조발언을 통해 모든 회원국이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을 준수하고 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금지하도록 강조할 방침이다. 정부가 인권문제를 전문적으로 논의하는 이사회 본회의에서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정부는 기조발언에서 직접 중국을 거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을 정조준 하되 불필요한 자극은 피하도록 수위 조절을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4주간 열리는 이사회 기간 동안 회원국을 상대로 탈북자 강제 송환의 부당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회원국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를 지렛대로 중국을 계속 압박해 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사회의 여론 압박이 이어질 경우 중국 측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미지수지만 즉각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탈북자를 박해 받을 우려가 있는 난민이 아니라 단순히 식량을 얻기 위해 국경을 넘는 불법 월경자라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이 같은 논리 속에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 여론을 등에 업고 압박 스탠스를 취하는 우리 정부와 당분간 외교적 갈등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탈북자 북송을 반대해 온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이날부터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박 의원은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탤런트 차인표씨 등 연예인 30여명도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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