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사이의 갈등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형마트 규제가 속속 법제화되고 있지만, 마트측은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은 신규 입점 및 영업시간 규제에도 불구하고, 추가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과연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이 공존하는 방법은 정말로 없는 걸까. 대형마트가 일부 점포에서 지역상인들에게 마케팅 기법교육 등 나름대로 '상생 방안'을 실천하고 있다고는 하나, 본보 취재 결과 상인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불신하고 있었다. 상인들이 요구하는 현실적 상생방안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대형마트의 꼼수 진출 금지'를 최우선으로 주문했다. 이미 동네상권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황에서 추가 출점은 지역상권에 치명타라는 것이다. 재래시장과 1㎞ 거리 안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서지 못하는 법과 조례가 통과됐지만 최근까지도 대형마트의 꼼수 출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문을 연 이마트 공덕점은 일체 홍보를 하지 않았다. 이곳은 인근 공덕시장과 200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조례 공포 전 개점하는 바람에 여론의 비난을 받아왔다. 역시 지난해 말 조용히 들어선 롯데마트 삼양점은 재건축 당시 건물주가 애초 '삼양시장 현대화'를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뒤 삼양시장 상인들이 아닌 롯데마트와 입점 계약을 해 심각한 물의를 빚었다. 올해 8월에 오픈할 예정인 홈플러스 망원점은 망원시장과 가까워 상인들이 격렬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이런 '꼼수 출점'부터 근절 선언을 해야 신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상인들의 두 번째 요구사항은 주차장 공동 이용이다. 현재 대형마트 주차장은 지역에 따라 외부에 무료로 주차를 허용하는 곳과 요금을 받는 곳이 혼재돼 있다. 방문객이 적어 여유 주차공간이 있는 점포는 개방하지만 반대 경우는 구매금액에 따라 무료 주차시간이 제한돼 있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수년 간 연합회에서 새롭게 대형마트가 들어설 때마다 주차장 공유를 제안했지만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등의 이유로 거절당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 지역 상인은 "개방이 쉽지 않다면 손님이 몰리지 않는 평일이라도 부분개방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역 특산물 등 대형마트에서 파는 품목에 제한을 두라는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주지 않았다. 이일성 부산 좌동재래시장 관리사무소장은 "시장은 보통 그 지역에서 나는 과일, 채소, 생선 등 특산물을 중심으로 영업을 한다"며 "전국 유통망에 상품구색도 많은 마트가 해당 지점에서만이라도 지역상품 판매를 자제한다면 상인들과 충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마트에서 제한품목으로 정한 물품은 쓰레기 봉투, 담배 등으로 재래시장 주요물품과 거리가 멀다.
이 밖에 재래시장의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나서 시설을 현대화하고 유통조합설립을 지원해 달라는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대형마트나 SSM의 추가 출점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이 기간 동안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것.
전문가들도 지역상인들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대형마트들이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제한 움직임에 대한 대형마트의 저항이 큰데, 그간 점포확장에만 집중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는 시설 공유나 운영 노하우 전수 등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며 "상인들도 감정을 가라 앉히고 마트 경영진과 협의체를 구성, 합리적인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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