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겸직을 비판해 온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행정 제재를 시사해 한국노총의 정치참여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이 장관은 20일 기자를 만나 "(최근 이 위원장 겸직에 대해 비판한 것은) 이 위원장이 노조위원장으로서 일탈하고 있기 때문에 제자리로 돌아오라는 회유이며, 돌아오지 못하면 위원장을 그만 두라고 퇴로를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조설립 취소 등 제재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해 행정조치를 고려 중임을 밝혔다.
이기관 고용부 차관 역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 정신에 맞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노동조합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노조 설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정당과 노조를 분리하고 있는데 세계 노동운동사에서 유례없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 위원장의 정치활동은 노조의 독립성을 물타기하는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정광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요건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고용부의 발상은 전형적인 월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정책연대를 하는 등 정치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노총이 민주당, 시민통합당과 '통합'을 했기 때문에 고용부는 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 4항은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노조의 결격사유로 명시하고 있으며 통합이 이에 해당된다는 해석이다.
권혁태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통합은 노조와 정당의 동일시를 의미하기 때문에 노조로서 자주성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디까지를 '주로'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나 노조와 정당의 관계가 점차 긴밀해져 노조의 의사결정과 인사에 정당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이 조항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며 고용부의 해석이 사실무근은 아니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한국노총과 민주당의 조직은 엄연히 분리돼 있으며, 통합은 정치지향이 같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노조는 정치활동이 보장된 단체로, 위원장이 노동자 권리 확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당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 '주로 정치활동을 한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해외사례에 대해서도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스웨덴의 노동조합연맹(LO)의 위원장이 사민당의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두고 고용부는 "이 기구는 정책의결 기구가 아니며 정당 소개책자에도 '(겸직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고, 한국노총은 "유럽에서는 겸직을 금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재 민주통합당에는 이 위원장 외에 김준영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의장 등 한국노총 간부 8명이 직책을 맡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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