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산되면) 5,000여 중소 자동차 부품 업체와 30만 근로자들이 생존조차 위협 받을 수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 야당 일각의 FTA 폐기 주장을 비판하는 성명서(20)를 냈지만, 현장 분위기는 좀 달랐다. 21일 경남의 한 부품업체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협회나 조합이 굳이 정치판 싸움에 들러리로 나서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한미 FTA로 자동차 업계가 이득을 보는 것은 분명하다. 부품 수출관세가 없어짐에 따라 거래선은 다변화될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를 포함해 미국 바이어 64%는 "FTA가 발효되면 한국산 부품을 더 많이 쓰겠다"고 했다는 KOTRA의 실증적 조사 결과도 있다. 업계로선 분명 FTA가 기다려질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저절로 대박이 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세계 9위의 자동차 부품 회사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는 기본적으로 갑을관계다. 미국의 완성차 회사들이 관세가 없어지는 만큼 납품 가격을 낮추라고 압박하면 부품회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고 관세 인하 효과는 사라지고 만다"고 말했다. 혜택을 본다고 목청을 높여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세계적 부품 회사 아이신 관계자도 "품질과 내구성을 갖춘 몇몇 회사만 혜택을 볼 뿐 모든 업체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정을 업체가 모를 리 없는데도 성명서를 낸 건 결국 정부의 요구를 받았거나 눈치를 봤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그렇잖아도 한덕수 주미대사가 한국무역협회 차기 회장에 추대된 것을 두고 "선거 국면에서 정부 대신 업계가 야당의 FTA 반대 공세를 막아내라는 주문"이란 해석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라, 자동차 관련 단체들의 FTA 지지 성명은 더욱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
지금 분위기라면 경제단체들이 정부 대리인으로 선거철 FTA 논란에 동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누구를 위한 FTA인지, 다시 새겨볼 시점이다.
박상준 산업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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