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어렵사리 테이블에 마주앉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각자의 내부 상황도 조율하지 못한 채 서로의 간극만 확인했고, 야권의 또 다른 축인 진보신당의 참여 여부도 난제로 떠올랐다.
21일 야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당의 협상은 17일 시작한 이래 지금껏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통합진보당은 "당 지지율을 기준으로 지역구를 나누자"며 자당 몫으로 지역구 40여곳을 요구했고, 민주통합당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아무래도 통합진보당은 좀 더 많은 지역을 요구하고 있고 저희는 양보의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갈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통합당 후보가 나가면 당선되는데 통합진보당 후보가 나가면 지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경우 양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협상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데에는 양당의 내부 사정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먼저 통합진보당의 경우 심상정ㆍ유시민ㆍ이정희 공동대표가 전국 15곳 안팎을 전략지역으로 요구하되 경남 전체와 수도권 일부는 통합경선을 치르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협상대표인 민노당 출신의 장원섭 사무총장이 자파 요구를 앞세워 합의 도출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통합진보당은 이날 협상대표를 2010년 6ㆍ2 지방선거 당시 민노당측 협상 대표로 나서 선거연대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의엽 전 정책위원회 공동의장으로 교체했다. 이 전 의장이 다소 유연한 태도로 협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민주통합당의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관악을과 노원병, 경기 여주ㆍ이천, 전남 순천 등 양보 가능성이 거론된 지역구 출마자들은 집단 행동에 나섰고, 부산ㆍ경남에선 비(非)친노 소외론까지 등장했다. 특히 서울 노원병은 한명숙 대표의 최측근인 황창하 전 총리실 정무수석이 공천을 신청해 이 지역의 향배도 관심사가 됐다.
여기에 진보신당이 이날 협상 참여를 공식 제안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한자리에 모여 '원 샷 협상'을 선호하는 민주통합당과 달리 통합진보당은 3자 협상을 껄끄러워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협상대표까지 바꿔가며 선거 연대 논의에 나서고는 있지만 야권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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