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1일 김양(60)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하는 등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에게 중형을 선고한 배경에는 불법경영에 대한 혐의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법적 판단 외에도, 이들로 인해 발생한 서민경제의 피해와 파장을 십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경영진의 욕심으로 인해 발생한 금융사고'라고 규정했다. 저축은행 부실경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서민 예금주에 대한 근본 책임은 고위험의 부동산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한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행사업에 고객 예금 4조7,200만원을 사용하는 등 보유 예금을 자신의 돈처럼 사용한 '도덕적 불감증' 또한 중형 선고의 주요 근거가 됐다. 예금을 자기자본으로 활용하는 은행이 이 돈으로 사업을 하다 실패했을 때 피해가 고스란히 예금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대부분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만큼 그 책임을 당연히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혐의를 극구 부인한 것도 '괘씸죄'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장인 염기창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예금고객의 입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책임을 경기침체 등 외부요인에 돌린 점 등 또한 형량을 정하는 기본 참작 사유였다"고 말했다.
박연호(62) 그룹 회장과 비교해 김양 부회장이 2배에 달하는 중형을 선고받은 점도 눈에 띈다. 법원은 박씨가 회장이기는 하지만 2003년 대표 자리를 김 부회장에게 물려준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사실상 '바지 회장'에 불과했고 실질적 경영자는 김 부회장이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 회장 역시 김 부회장의 잘못된 선택을 묵인한 대가로 이득을 취했고,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저축은행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해 지난 8개월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집중 심리를 가졌다. 이를 통해 내놓은 판결문은 본문만 488쪽, 범죄일람표 등이 기재된 별지를 포함하면 1,200쪽에 달할 정도의 방대한 양이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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