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경제성장을 이끈 지도자'와 '민주주의를 억압한 독재자'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이 21일 개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220억원이 투입된 연면적 5,290㎡ 지상 3층 규모인 '박정희 대통령 기념ㆍ도서관' 개관식을 가졌다. 건물 일부인 기념관은 조림사업, 새마을운동, 중화학공업 및 방위산업건설 등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알리는 각종 자료를 전시했으며 22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도서관은 올 여름 개관할 예정이다. 기념사업회는 "1960~70년대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와 후손들에게 박 대통령과 앞 세대가 어떻게 '민족중흥'과 '근대화'를 이룩했는지 보고 느끼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정렴 박정희기념사업회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 각계인사 160여명이 참석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 등이 축하 화환을 보냈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483개 시민단체가 모인 '역사정의실천연대'의 회원 70여명은 같은 시각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재자 박정희의 기념관이 도서관이라는 가면을 쓰고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자리잡았다"며 "박정희 기념관은 즉각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익 사월혁명회 의장은 "(박 전 대통령은) 일본군에 입대한 친일파이자 4월혁명을 쿠테타로 짓밟고, 인혁당 사건을 조작한 반민주 인사"라며 "이 곳에 오는 아이들이 뭘 배우겠냐"고 말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22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박정희기념관 폐관 촉구 1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보혁 갈등에서 보듯이 기념관은 우여곡절 끝에 착공 10년 만에 문을 열었다. 기념사업회는 1999년 총 사업비 708억원 규모로 사업을 시작했다. 500억원은 모금으로 나머지는 국가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것이었다. 2001년까지 정부의 국고보조금(208억원)도 받았다.
하지만 2002년 1월 착공한 공사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그 해 6월 중단됐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3월에는 '기부금 모금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국고보조금 전액 취소를 결정했다. 지급한 국고보조금 170억원도 환수 통보했다. 이때까지 사업회 모금액은 약 100억원. 기념사업회는 취소의 부당함을 들어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고, 2009년 4월 대법원은 기념사업회 손을 들어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듬해 3월 공사가 재개돼 지난해 12월 준공됐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폐관 운동을 벌일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기념사업회 측은 "서울시에 기념관을 기부 채납하는 절차를 밟고 있고, 기념사업회 비용으로 운영하겠다"며 "성금을 보내준 분들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