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바브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무차별 납치해 테러리스트들의 총알받이나 성적 노리개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 알 샤바브는 소말리아 중남부의 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21일 영국 BBC방송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알 샤바브는 병력 충원을 위해 학교와 놀이터 등에서 소말리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대적으로 납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알 샤바브가 같은 반 학생 100명을 모조리 납치한 사례도 보고됐고, 열 살짜리 어린이가 납치된 사례도 확인됐다. HRW 관계자는 “이제 소말리아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로 14세에서 17세 청소년을 주납치 대상으로 삼는 알 샤바브는 남자 어린이에게 기초 군사훈련을 시켜 알 샤바브 성인 조직원들의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다. 납치된 소년들은 훈련소에 수용돼 3개월 정도 AK-47 소총 및 수류탄 사용법 등을 배운 다음 실전에 투입된다. 여자 어린이들은 강제로 조직원들의 아내가 되거나 주둔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 샤바브와 대립하고 있는 소말리아 정부도 이런 ‘소년병’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HRW는 “알 샤바브뿐 아니라 정부군 역시 어린이들을 강제로 군에 입대시킨다”고 지적했다.
1991년 이후 이어진 장기간 내전의 여파로 소말리아 국민 대다수가 생존 한계선에도 못 미치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인 400만명이 식량 원조가 필요한 상태고, 100만명이 이웃 나라로 피난을 가 있다. 게다가 상당수 지역에서 정부군 통제를 받지 않는 반군과 해적이 활개를 치고 있어 치안도 심각하게 불안한 상황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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