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만만이다. 실전을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고 있는 이대호(30ㆍ오릭스)가 "홈런은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급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서두르지 않고 시즌 때 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호는 2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 경기에서 4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 2타수 2안타(2루타 2개) 2득점을 기록했다. 두 타석 모두 방망이 중심에 맞히는 물오른 타격감을 뽐냈고 팀이 올린 3점 중 2점을 직접 홈을 밟아 만들어냈다.
상대 선발 정인욱을 맞아 2회 첫 타석에서는 3루수 옆을 빠지는 2루타를 날렸다. 풀카운트에서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 당겨 빠른 타구를 만들었다. 127kg의 체중을 유지한 만큼 1루를 돌아 2루까지 안착했고 후속 타자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4회 두 번째 타석도 비슷했다. 정인욱의 슬라이더가 연속해서 들어오자 잇달아 커트 한 뒤 볼카운트 1-2에서 낮은 직구를 퍼올려 우중간 2루타를 터뜨렸다. 그 동안 주력했던 밀어치기 효과가 단 번에 드러나는 순간. 2회와 마찬가지로 후속 타자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고 이후 교체됐다.
그러나 이대호는 경기 후 들떠 있지 않았다. 4번의 연습 경기 만에 장타가 나오면서 6타수 4안타 3볼넷을 기록 중이지만, "별 의미가 없다. 특별히 기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후배(정인욱)가 선배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한 가운데로 공을 던져준 것 같다. 직구와 변화구가 가운데로 들어왔다"며 "지금은 투수 공을 많이 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동안 느린 공(피칭 머신)만 봤기 때문에 시속 140km의 공을 눈에 익힌 것이 성과"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또 "지금 나오는 안타는 사실 아깝다. 시즌 때 쳐야 한다"며 "삼진 당하면 창피할까봐 치고 있다. 홈런 역시 지금은 욕심부리지 않고 시즌 때 치겠다"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끝으로 "컨디션이 60~70% 올라왔다. 3월30일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구단에서 내게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도록 성적을 내겠다"고 밝게 웃었다.
한일간 자존심 대결에서는 아시아 챔피언인 삼성이 이겼다. 삼성은 3안타 3타점을 올린 최형우의 활약을 앞세워 오릭스를 7-3으로 제압했다. 선발 정인욱은 143km의 빠른 볼을 뿌리며 4이닝 동안 6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오키나와=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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