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공단 횡령공단 근로복지공단 개혁하자!"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는 노동자 200여명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갈수록 엄격해지는 공단의 산업재해 승인 심사에 치료조차 제대로 못 받고 있는데, 공단 직원들은 업체와 짜고 산재 보험료를 면제해줬다는 소식에 이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울산지검은 이날 2007~2008년 브로커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고 고용ㆍ산재보험료를 면제해주거나 깎아준 혐의(뇌물죄)로 근로복지공단 K(57) 울산지사장 등 공단 전현직 직원 7명을 구속하고 1명을 지난 16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지난해 중순까지 이들이 뇌물을 받고 면탈해 준 고용ㆍ산재보험료만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고용ㆍ산재보험 정산 대상에서 빼주거나 보험요율이 낮은 업종으로 변경해 주는 식으로 산재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축냈다.
더욱이 공단 지사장 출신이 브로커 역할을 하며 뇌물을 건네고, 공단 직원으로부터 업체 자료를 넘겨받는 등 7년간 조직적인 비리사슬을 유지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고용부는 감사에서 부정사례를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 또 사업주가 허위신고나 위장폐업 등 불법 면탈행위를 해도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 부과만 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단은 이처럼 뇌물을 받고 보험료를 면제해 놓고도 재정 부족을 이유로 매년 정부로부터 약 15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아왔다. 경영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주는 성과급은 2005년 10억4,500만원에서 2010년 56억4,300만원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노동자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공단이 재정확충 노력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산재 승인에는 너무나 인색하다는 점이다. 질병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 중에서 산재로 판정을 받는 비율은 해가 갈수록 낮아져 2005년 69.7%에서 2010년에는 51.5%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노동자가 구제를 받을 기회가 오히려 줄고 있는 데에는 산재보험 기금이 흑자가 나면 공단이 좋은 평가를 받아 성과급으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공단이 보험료 징수에 소극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사업자가 보험료를 물지 않으려 위장폐업을 하면 공단은 낮은 평가점수를 받지 않기 위해 '미징수'가 아닌 '폐업으로 인한 결손'으로 처리하고 징수를 포기해 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장을 보험료 정산 대상에 넣을지, 어떤 업종으로 분류할지 등에 대해 징수 담당 직원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비리를 부추기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공단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비리집단인 공단에 산재 노동자와 가족의 운명이 걸린 산재심사와 승인을 맡길 수 없으므로 공단은 징수와 급여지급 등만 하고 심사승인은 별도의 독립기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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