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미술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장품이 보강되어야 합니다. 현재 총 170억 예산 중 미술품 구매 예산은 31억원으로, 피카소나 세잔 같은 해외 거장의 작품을 구매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죠. 현실적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가 위주로 소장품을 확보하는데, 이 역시 충분하지 않아 작가와 미술품 소장가들에게 작품 기증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습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 정형민(60) 관장은 2년 임기 동안 미술관 주요 기능인 전시, 교육, 연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소장품 확보와 아카이브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미술품 기증자에게 실질적인 세제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모색해 기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제도 개선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기업이 다수의 작품을 기증할 경우 기업 이름을 붙인 공간도 따로 마련할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법인화에 대비해 재정 자율성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도 들어갔다. 정 관장은 "점진적인 재정 자율성 확보에 있어 세계 공공미술관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런던 테이트 모던의 마케팅과 운영 방식을 벤치 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이트 모던은 2000년 개관 당시 재정 자립도가 20%였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60%까지 확보한 상태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티켓 판매 수익을 통한 재정자립도가 1~2%에 불과해 98% 이상 국고에 기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주 20여 명의 법인 대표로 구성된 (사)미술후원회를 발족해 안정적인 미술관 후원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정 관장은 내년 하반기에 정식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ULL)과 올해 건립이 시작되는 청주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가칭·청주관)로 미술관의 규모가 확장되는 만큼 기존의 과천 본관, 덕수궁미술관과 함께 각 미술관의 접근성에 따른 차별화에 무게 중심을 두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과천 본관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를 보여주며 가족 방문이 높은 유원지 옆에 자리한 점에 착안해 가족 관람객을 위한 조각 공원을 강화한다. 외국인과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관은 동시대 국내외 미술계 흐름을 소개하며, 덕수궁미술관은 조선시대 후기에 지어진 궁의 특성을 살려 근대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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