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사극은 당분간 끝났다고 본다." 방송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팩션과 픽션 사극이 주를 이루면서 국민드라마로 불렸던 '용의 눈물'류의 정통사극이 누렸던 권세는 이제 다 옛 말이 됐다.
정통사극의 명가를 자처하는 KBS는 지난해 드라마국에 배정된 예산 600억원 중 절반 가까운 250억원 정도를 1TV 대하드라마에 투입했다. 그러나 공 들인 것에 비하면 '광개토태왕'은 시청률이 10% 후반대로 실망스러운 수준일 뿐 아니라 화제성도 예년만 못하다. KBS 대하사극은 '용의 눈물' '불멸의 이순신' 등 굵직한 소재로 화제를 주도했으며, 2002년 방영된 '태조왕건'은 시청률이 60%까지 치솟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광개토태왕' 이재영 CP는 "시청률을 의식해 멜로 강화 등 변화를 주기보다는 역사를 조명하는 선 굵은 사극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정통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렇지만 기존 사극 패턴이 변화한 시청자들을 붙드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C 주말드라마 '무신' 역시 황금시간대에 방송되고 사극의 대가 이환경 작가가 집필하지만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해품달'의 경우 사극에 으레 나오는 광활한 벌판을 달리며 싸우는 장대한 전투신 등 남성적 풍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왕과 무녀의 사랑이라는 역경이 큰 멜로에 집중해 긴장감을 더 했다. 한복만 입었을 뿐 최근 방영된 '로맨틱 코미디' 흥행 요소를 집대성했다. 한 사극 작가는 "'미드' 등 빠른 전개에 익숙한 세대에게 호흡이 긴 정통사극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며 "정통사극 시청층이 중년 남성층으로 좁아지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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