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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삶 위안 찾나… "아프니까 에세이" 이상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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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삶 위안 찾나… "아프니까 에세이" 이상열풍

입력
2012.02.2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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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서점가를 인생론 에세이가 점령하고 있다. 지난 1월 한 달 전국 규모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10위권 안에 주로 20, 30대 젊은 세대를 겨냥해 인생론을 풀어낸 에세이가 무려 6권이나 올랐다. 통상 베스트셀러 상위권은 소설 등 픽션이 절반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상 현상이라고도 해도 좋을 정도다.

한국출판인회의가 21일 서울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대교 리브로와 부산 영광도서, 대전 계룡문고 등 전국 주요 대형서점 6곳과 YES24, 알라딘, 인터파크도서 등 주요 온라인서점 3곳의 1월 한 달 도서 판매를 종합한 결과 1위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였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인생론을 담은 이 책은 지금까지 170만부 팔리며 1년 넘게 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3위에 오른 <자기혁명> 역시 '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씨가 젊은이들이 삶의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인생의 목표를 어떻게 잡아나가야 하는지를 역설한 에세이다. 하버드대학원 재학 중 출가해 미국서 종교학 교수로 있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6위), 차동엽 신부의 <잊혀진 질문> (7위)도 거의 비슷한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책들이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짧은 글을 모은 <절대강자> (5위)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룬 에시이집이고, 자기계발서 성격을 지닌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10위) 역시 젊은이들에게 띄우는 인생론이라고 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주도해 온 소설은 드라마의 인기 덕을 보는 <해를 품은 달> 과 신경숙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 2권만 10위권에 들었다.

최근 수년간의 베스트셀러 경향은 이와 달랐다. 한국출판인회의 집계에서 지난해 연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에세이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와 일본 스님 고이케 류노스케의 <생각 버리기 연습> 뿐이었다. 2010년에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고작 한 권이다. 에세이의 강세가 한 해를 설계하는 새해 첫 달이라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다. 지난해 1월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에세이는 3권이지만 사실상 자기계발서라고 해야 할 <서른과 마흔 사이> 를 제외하면 2권에 불과하다. 2010년 상황도 비슷하다.

에세이의 강세는 다수의 20, 30대가 자신의 삶이 어렵다고 느끼며 탈출구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젊은이들이 갈수록 절박해지고 불안해지면서 개인적인 현실 극복의 메시지를 담은 책들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가 팔리고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가 읽히던 1, 2년 전만 해도 사회 변혁에 대한 갈망이 독서 행태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그마저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소장은 "이런 책들은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줄지는 몰라도 성찰이나 상상력을 주지는 못한다"며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감정적인 교류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인문학적인 성찰이나 깊이 있는 상상이 없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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