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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뷰티풀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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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뷰티풀 번아웃’

입력
2012.02.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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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고난을 이겨내는 수단으로서 인생 역전 드라마를 가능케 하는 권투는 영화의 단골 소재지만 연극에서는 자주 쓰이지 않는다. 자유자재의 카메라 워크로 피와 땀이 오가는 격렬한 현장을 실감나게 그릴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인위성을 배제한 채 매회 무대에 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제대로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09년 초연 후 꾸준히 재공연되는 ‘이기동 체육관’ 정도가 본격 권투 연극으로 꼽힌다.

‘뷰티풀 번아웃’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권투 연극의 계보를 잇는 신작이다. 2010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호평 받은 영국 극작가 브라이어니 래버리의 작품으로, 이번 국내 초연은 독특한 무대미학으로 주목을 받아 온 양정웅씨가 연출을 맡아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연극은 일단 흔히 접하는 사건 중심의 스토리 라인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진행되는 점에서 꽤 신선하다. 한때 잘 나가는 권투 선수였다가 지금은 코치가 된 바비 버게스(이국호)의 허름한 체육관이 극의 주요 무대다. 이 체육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권투는 단순한 신체 훈련 이상의 의미다. 카메론(계지현)에게 권투는 삶의 희망이고 아제이(조운)에게는 성공의 수단이다. 여성 복서를 꿈꾸는 디나(이화정)에게는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다. 여기에 권투에 아들을 뺏긴 카메론의 엄마 칼로타(김은희)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경기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꿈이 좌절되는 닐(정우근) 등의 삶이 함께 그려진다. 연극은 이처럼 권투를 매개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을 각 캐릭터의 독백을 통해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극 후반부 카메론은 아마추어의 상징인 헤드기어를 벗고 냉혹한 프로의 세계로 나가 반칙을 일삼는 아제이와 대결을 벌인다. 카메론은 이 싸움에서 식물인간이 되는 치명상을 입지만 연극은 그가 쓰러진 이후에도 각 캐릭터들이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다른 권투 스토리와 차별성을 둔다.

하지만 함축적인 대본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배우들의 대사 연기 밀도가 너무 약한 게 결정적인 한계다. 이 때문에 권투 동작을 비트가 강한 음악에 춤으로 안무한 전반부의 형식미에 비해 후반부는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근접 촬영이 가능한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재연 수준에 그치는 마지막 카메론과 아제이의 경기 장면이 어떤 인상을 남길지 의문이다. 26일까지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02)2029-1700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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