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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2000년전 시베리아 열매로… 기적의 꽃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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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2000년전 시베리아 열매로… 기적의 꽃 피우다

입력
2012.02.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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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과학자들이 시베리아 동토 툰드라 지대에 약 3만2,000년 동안 묻혀 있던 열매를 발아시켜 식물을 되살려내고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

러시아 세포생물물리학연구소의 스베틀라나 야시나, 데이비드 길리친스키 박사 연구진이 매머드 화석 유적지인 콜미아 강둑 인근에서 발견한 석죽과 식물 실레네 스테노필라 열매 조직을 발아시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BBC방송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고대 식물을 되살려 낸 최고 기록은 이스라엘 연구팀이 2006년 마사다요새 터에서 발견한 2,000년 전 야자수 씨앗으로 복원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수년 전 매머드 등 포유류의 뼈가 묻혀 있는 콜미아강 인근 지하 20~40m 지층을 조사하던 중 땅다람쥐 굴 70여개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그 안에서 땅다람쥐가 저장한 것으로 보이는 얼어붙은 씨앗과 열매 60만여개를 발견한 뒤 방사선 연대 측정을 실시해 이들 씨앗과 열매가 빙하기 말기인 3만1,800년 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씨앗을 이용해 식물 복원을 수 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한 연구진은 동물의 태반과 같은 열매의 조직을 추출해 싹을 틔우는 데 성공했다. 복원에 성공한 이 식물은 현재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 서식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툰드라 생태계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연구진은 “고대 표본이 존재할 경우 멸종 식물도 되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빈 프로버트 영국 밀레니엄 종자은행 대표는 BBC에 “완전한 씨앗이 아닌 열매의 태반 세포로 복원에 성공했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라며 “수만년 전 멸종 식물뿐 아니라 매머드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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