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젊은 작가이자 편집자인 코엘료란 친구가 회사를 찾아왔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몇 달간 이곳에 머물면서 한국문학의 흐름을 알고 나아가 우리의 젊은 작가와 시인들을 현지에 대거 소개하고 싶다는 게 그의 취지였는데 역시나, 이런저런 제스처를 곁들여가며 쉴 새 없이 던지는 질문 속에 내내 붉었던 볼이 열정의 온도를 가늠하게끔 했다.
문학에 대한 열의만으로 아무런 연고도 없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아니고 그 변방에 자리한 어떤 출판사를 찾아가 무턱대고 당신네 문학에 관심 있습니다,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말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때마침 일이 있어 회사를 찾은 소설가 김연수 선배를 보자마자 그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양 환히 웃으며 알은척을 했다. 그가 우리 문학에 품은 애정이 말만은 아님이 여실히 증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세계적인 작가가 있었어도 그가 그였어? 알아보지 못하고 무릎을 친 내 경험으로 보건대 진심에는 몸이 빠른 법.
우리들은 그저 '피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던 가자미를 발라가며 드문드문 대화를 이어나갔다. 시집 초판을 대략 몇 부 찍느냐고 그가 물었던가. 2,000부라 하였더니 여기 와 두 달 동안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딱 두 명 봤고, 죄다 휴대폰만 들여다보더라나. 대체 그 많은 시집들은 누가 다 읽는 거냐는 물음에 나는 그저 도라지나 씹었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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