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P(56)씨는 최근 국민연금공단 행복노후설계센터를 찾았다가 공단의 권유로 노후 준비 진단을 받았다. 월 소득 400만원 상당에 재산이 3억원, 연금예상액이 월 200만원(국민연금 110만원, 퇴직연금 90만원)으로 스스로 노후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P씨는 소득과 자산 부분에서 가장 이상적인 '노후준비가 충분한 공적자산형'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건강생활ㆍ여가활동 측면에서 노후준비가 부족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질병은 없으나 매일 흡연, 주 1회 술을 마시는 P씨는 건강상태는 양호하나 건강생활 습관을 실천하지 않는 '건강군 비실천형'으로 분류됐다. 또 여가에 대해선 인식조차 부족한 '저관여 소극적 여가유형'이었다. 사회적 관계는 '친족중심형'이어서 친구ㆍ이웃 관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P씨의 진단에 쓰인 지표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개발 중인 노후준비지표다. 단순히 자산뿐만 아니라 가족ㆍ친구와의 유대, 건강위험 등까지 평가해 노후준비를 진단한다. 복지부 김혜진 고령사회정책과장은 21일 "지금까지는 주로 재산ㆍ소득만으로 노후준비를 평가했다면 이 지표는 사회적 관계까지 다각적으로 망라한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노후생활을 잘 영위하려면 넉넉한 자산뿐만 아니라 주변과의 돈독한 관계 등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내방객 1,092명을 상대로 이 지표를 시범적용한 결과 총 평균점수는 63.1점(100점 만점)으로 중간 정도였다. 주거지역별로는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순으로, 학력별로는 전문대졸 이상, 고졸, 중졸, 초졸 순으로 점수가 높아 학력이 높고 대도시에 살수록 노후준비가 잘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에서 점수가 가장 낮아 나이가 많을수록 노후 준비가 부족했고, 관리자 및 전문가 집단이 블루칼라 집단보다 노후준비가 잘 돼 있었다. 영역별로는 건강에 대한 노후준비도가 가장 높고, 사회적 관계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공단을 찾은 사람은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어서 표본설계로 볼 때 대표성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복지부와 공단은 3~5월 일반국민 3,000~4,000명을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로 표본 추출해 보다 정확한 시범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늦어도 9월까지는 자가진단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서 복지부 홈페이지와 국민연금공단 '내연금'사이트에 등재해, 인터넷으로 즉석에서 노후준비 수준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인터넷에 공개되기 전이라도 3월부터 국민연금공단 전국 141개 행복노후설계센터를 찾으면 따로 진단을 받을 수 있다.
35가지 문항에 답변을 하면 점수로 환산해 사회적 관계, 건강생활 습관, 소득과 자산, 여가활동의 4가지 영역별 점수, 각 영역에서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알 수 있다. 사회적 관계는 ▦고립형 ▦친족중심형 ▦소규모다층형(가족보다 친구ㆍ이웃관계 활발) ▦대규모 다층형(가족ㆍ친구관계 모두 활발)의 4개 유형으로 나뉘고, 건강생활 습관은 ▦건강군 실천형 ▦건강군 비실천형 ▦건강주의군 실천형(건강하지 못하나 노력하는 형) ▦건강주의군 비실천형(건강하지 못하고 습관도 좋지 못한 형)으로 나뉜다. 소득ㆍ자산, 여가활동도 각각 4가지 유형으로 분류돼 노후준비에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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