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356명이나 되는 것으로 20일 집계됐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41번째 후보이고 공화당 경선에서 접전 중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277번째와 285번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오바마에 맞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정치인 외에도 의사, 사업가, 기술자, 퇴역군인, 거리의 악사 등 다양하다. 그러나 356명 중 경선 중이거나 경선을 중도 포기한 공화당 정치인 등 10여명을 뺀 대다수는 당선 가능성 보다는 황당한 공약을 앞세워 주목을 끌고자 하는 후보들이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에서 알몸으로 거리공연을 펼쳐 유명해진 ‘네이키드 카우보이’ 로버트 버크는 대권 재수생이다. 오바마 정책에 반대하며 작은 정부, 시장 경제, 강력한 국방력을 공약으로 내건 버크는 공화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것에 불편해 하기도 했다. 사업가 발렌타인은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적용을 무보험자까지 확대하고, 학생과 주택소유자의 채무를 면제해주겠다고 공약했다. 의사인 다 비드는 마리화나를 합법화해 마피아를 마약거래에서 퇴출시키고, 현금거래시 1% 세금을 부과해 연간 3,500억달러의 재정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웨인 앨린 루트는 경기부양을 위해 1년간 면세를, 조 슈리너는 재향군인 자립을 돕기 위해 백악관의 개방을 약속했다. 당선되면 최고령 대통령이 될 84세의 돈 코드엘은 대공황을 경험한 후보는 자신 뿐이라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의 먼 친척이라고 밝힌 그는 “누구를 영부인으로 삼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8세 연상의 영화배우) 베티 화이트가 어떠냐”고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에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통령을 뽑는 미 대선에서 후보들이 이처럼 난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후보 등록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자격은 ‘미국에서 태어나 최소 14년 이상 거주하고 나이가 35세를 넘은 사람’이면 충족된다. 이런 미국인은 누구나 간단한 후보등록 서류를 연방선거위원회에 제출하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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