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 재학중인 존박과 중졸 학력의 환풍기 수리공 출신 허각. 두 사람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낳은 첫 번째 스타였다. Mnet '슈퍼스타K 2'가 끝난 지 1년 4개월. 우승 직후 곧바로 데뷔한 허각과 달리 존박은 두문불출했다. 17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존박은 오랜 공백에 대해 "잊혀지고 싶었다"는 뜻밖의 답을 건넸다.
"삶이 완전히 달라졌죠. '슈퍼스타K'로 인한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웠어요. 프로그램 끝나고 바쁘게 지내면서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중심을 잃었던 것 같아요. 성공에 대한 오해를 하고 연예계의 화려함이나 인기에 집착했던 겁니다."
존박(24)은 예상보다 훨씬 내성적이고 차분하며 생각이 깊은 청년이었다. TV 출연으로 얻은 성공과 기회가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을 때 그는 인기가 아닌 음악을 택했다. 대중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애쓰기는커녕 잊혀지기 바랐다. 그는 "기존의 내 이미지를 깨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야 새로운 모습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존박은 '슈퍼스타K' 출연 후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배경, 뛰어난 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숱한 기획사들이 그를 유혹했다. 소속사에 따라 가수의 음악적 방향이 결정되는 가요계의 현실은 그의 고민을 부추겼다. "회사를 고르는 데만 2, 3개월이 걸렸어요. 너무 혼란스러웠고 내가 뭘 원하는지를 몰랐어요. (김)동률이 형을 사석에서 만났는데 제게 뭘 하고 싶냐고 물으셨어요. 그제서야 내가 뭘 해야 할까가 아니라 뭘 하고 싶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허각이 '헬로'로 가요 순위 1위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조바심도 났지만 그런 감정들이 오래 가진 않았다. 그는 "정신 상태나 음악에 대한 중심이 잡혀 있지 않았고 한국어 실력도 부족했기 때문에 곧바로 데뷔했으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했다.
"음악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었다"는 존박은 오랜 고민 끝에 김동률, 이적, 체리필터 등이 소속된 뮤직팜과 계약했다. 특히 첫 앨범 프로듀서를 맡은 김동률의 "음악에 대한 태도와 솔직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22일 발매될 데뷔 앨범 'Knock'에는 영국 록그룹 마마스건의 앤디 플랫츠가 작곡한 브릿팝 스타일의 '폴링(Falling)' 등 5곡이 담겼다. 가성의 매력을 극대화한 이 곡은 그가 직접 가사를 썼다. 김동률이 작사ㆍ작곡한 3곡은 김동률의 색채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수 존박'의 실체가 뚜렷이 잡히지는 않지만 '슈퍼스타K' 출연 당시보다 실력이 나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첫 앨범에서 제 색깔을 진하게 고집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가 영어보다 한국어로 노래 부르는 게 낫다는 평가를 받고 싶었어요. 수백 번 녹음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한국어 가사를 연습했어요."
존박의 목표는 자신의 음악을 직접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다. 우리말로 가사를 쓰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작곡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 "작곡과 작사의 중심이 되고 싶다"는 그에게 이번 앨범은 긴 여정의 서막이다. 신인가수 존박이 앨범 제목처럼 '똑똑' 하고 조심스레 가요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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