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는 랜덤워크(Random Walk)라는 가설이 있다. 증시는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속성이 있어 누구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0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시한 모의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펀드매니저가 원숭이에게 굴욕적 패배를 당한 예가 있을 정도다.
최근 미국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증시의 불예측성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로이터통신은 트위터의 실시간 정보에 대한 분석을 헤지펀드 등에 제공하는 업체인 마켓사이크(MarketPsych)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트위터로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마켓사이크의 특이한 결론은 시장이 합리성에 따라 작동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스탠퍼드대에서 신경경제학(뇌활동을 분석해 의사결정을 설명하는 학문)을 연구한 창업자 리처드 페터슨은 탐욕, 공포 등 비이성적 요소를 훨씬 중요한 변수로 본다. 개인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트위터의 반응을 분석하면 대중이 어떻게 행동할지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켓사이크는 매일 새로 생산되는 2억5,000만개의 트위터 반응을 자체 필터로 거른 뒤 현재 진행 중인 국제경제 이슈에 맞춰 다시 추려내고 이를 근거로 상품시장이나 주식시장을 예측한다.
펀드매니저의 분석보다 트위터의 반응을 중시하는 투자기법은 실전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트위터 헤지펀드’라는 별칭이 붙은 4,000만달러 규모의 펀드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보다 3% 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또 트위터 반응을 근거로 했을 때 다우존스지수의 다음날 등락을 맞출 확률이 87.6%에 달한다는 미국ㆍ영국 대학의 공동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그러나 개인 생각의 무질서한 총합일 뿐인 트위터의 방향성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정보기술(IT) 리서치기관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제이크 웽그로프 연구원은 “트위터 발언의 상당수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며 “트위터는 거래 척도의 참고용으로 활용해야지 트위터 반응으로만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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