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공천 심사를 둘러싸고 당내 세력 투쟁이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강경 시민사회세력이 당 정체성 평가 항목을 앞세워 일부 구 민주당 출신 중도 성향 세력들에 대한 공천 배제를 요구하면서 내부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 대표적 중도 성향인 김진표 원내대표의 불출마를 공천심사위원회가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발단이 됐다. 공천심사위원회는 20일 "사실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중도 성향 의원들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공천심사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재벌개혁 문제 등과 관련해 진보적 정체성에 반하는 의원들을 물갈이 하겠다는 분위기가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외부 공천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김 대표에 대한 비토론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트위터 등에서 '민주당 X맨'이라며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과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가 타깃이 된 이유는 당 정체성과 방향성이 조금 다른 관료 출신에다 한미 FTA 협상파로 분류된 상징적 인사란 점에서다. 이 때문에 김 원내대표 이외에도 재경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의원과 한미 FTA 처리 과정에서 여당에 강경하게 맞서지 않았던 노영민 의원 등 온건파들이 공천 배제 대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당사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 측은 "원내대표는 협상을 하는 자리이며 FTA 찬성이 아니라 몸싸움을 피해 다른 방법을 찾자는 것이었다"고 격분했다.
도덕성을 놓고도 전선이 형성됐다. '혁신과통합'은 이날 문재인 상임고문, 이해찬 전 총리 등 상임대표단 이름으로 성명을 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진 않았으나 1, 2심 과정에서 불법•비리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는 공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배제키로 했지만 공천위 과반수의 찬성으로 구제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범위 내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임종석 사무총장, 청목회 사건의 최규식 의원, 교비 횡령 혐의의 강성종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문성근 최고위원은 "도덕성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우려된다"며 "새로 합류한 정치 신인을 적극 배려하라"고 민주당의 기성 정치세력을 에둘러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민주통합당은 20일 노란색을 당의 상징색으로 결정했다. 당의 옛 상징색이던 녹색은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이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정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평민당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거운동을 벌일 때 각각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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