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신임 외환은행장이 20일 서울 을지로 본점으로 첫 출근했다. 노동조합과 마찰을 우려해 출근을 포기한 지 일주일 만에, 은행장으로 내정된 때로부터는 1년여 만이다.
윤 행장이 이날 현관에 발을 디딘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그간 대립각을 세웠던 김기철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외환은행 행화인 장미꽃을 건넨 것이었다. 그는 "은행에서 제일 중요한 게 사람, 바로 고객과 직원이다. 지금까지 지켜봐 주신 고객들은 계속 지키고 이미 떠난 고객들은 다시 모셔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노조위원장 역시 1년 4개월 동안 외환은행 매각반대 투쟁을 벌이면서 덥수룩하게 길렀던 수염을 말끔히 깎고 나와 "행장님도 이제 우리 가족이고 앞으로 미래를 위해 함께 할 일이 많다"고 답례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가시밭길 같던 외환은행 출근길이 상생의 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윤 행장은 국책은행(기업은행)과 민간은행을 모두 섭렵한 은행장으로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그것도 두 번 모두 노조의 환대를 받은 드문 기록을 남기면서.
윤 행장은 1977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경부 외화자금과장, 은행제도과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차관급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그는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 기업은행장에 임명되면서 경영인으로 새 출발 했는데 당시 행장 공모 마감을 앞두고 기업은행 노조는 "현직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차관급을 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사실상 윤 행장을 지원하기도 했다. 국책은행 특성상 정부와 소통이 되는 인물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9년 만에 한국인 은행장을 맞은 외환은행 직원들로부터도 포용력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은 윤 행장은 우선 조직을 추스르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윤 행장은 "만약 1년 전에 하나금융이 그대로 입성했다면 점령군 이미지가 있었겠지만 그 동안 충분히 외환은행의 문화를 알고 배웠기 때문에 공백 기간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의 경쟁구도에 대해서도 역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독립경영 체제이지만 상승작용을 일으킬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두 은행 사이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공동사용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