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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치권 복지공약 재앙" 비판 논란/ "340조 비용산출 근거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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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치권 복지공약 재앙" 비판 논란/ "340조 비용산출 근거는 뭔가"

입력
2012.02.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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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작심하고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20일 정부가 추산한 복지공약 비용은 연간 43조~67조원 규모. 올해 복지예산 증가액(6조2,000억원)의 7~11배에 달한다. 다음 정부 5년간 올해 국가예산을 웃도는 금액(최대 340조원)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데, 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게 정부 주장이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직접 나서 "복지공약이 다 받아들여지면 '디재스터'(disasterㆍ재앙)가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가 정치권의 공약 비용을 분석해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밝힌 이후 여러 차례 복지공약을 비판해 온 만큼, 국민들의 복지 확대 요구를 싸잡아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수치 산출의 근거부터 궁금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재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나,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토대로 근거가 불확실한 자료를 무턱대고 공개해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재정부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일자리, 주택, 교육 등과 관련한 실천약속 5개와 대국민약속 5개 등 이른바 '5+5' 공약을 내놨다. 민주당은 무상급식ㆍ보육ㆍ의료, 반값 등록금, 일자리ㆍ주택 복지 등 '3+3' 공약을 천명했다. 정부는 민주당의 무상의료에만 8조원,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4조원, 새누리당의 반값등록금에 2조원, 사병월급 인상에 1조6,000억원 등 1조원 넘게 드는 공약이 수두룩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매년 복지지출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보다 높고 현 복지제도만 유지해도 고령화 등으로 정부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복지 분야에 더 쓸 여력이 없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하지만 복지지출을 강하게 억제하려는 속내는 정부가 2013년 균형재정 목표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권 초기 드라이브를 걸었던 MB노믹스가 공중 분해되고 서민생활 안정도 이루지 못한 마당에 균형재정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가 발표한 수치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면서 공약별 지출 예상금액과 산출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민주당 복지특위의 재정추계를 보면 2013년부터 5년간 복지공약 추진에 총 45조~50조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면서 "5년간 최대 340조원이 추가된다는 정부 수치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만약 민주당 특위의 추계대로라면 GDP의 5% 정도가 다음 정부 때 추가로 드는 것이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하위권인 복지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지만 있다면 부담 불가능한 액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7.5%(2009년)로 OECD 평균(20.6%)에도 크게 못 미친다. 김 교수는 "이미 현실로 다가온 사회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지는 투자의 개념이 돼야 한다"면서 "이는 극우세력이 집권해도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감세정책을 철회하는 등 조세부담률을 참여정부 시절로 되돌리면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공약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덜컥 자료부터 내놓은 절차상의 문제를 꼬집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당정 협의 등을 통해 복지공약의 타당성과 우선 순위를 논의하는 게 순서인데, 정부가 이를 무시함으로써 국민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복지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이나 소통 없이 정면 대응에 나선 정부나 다를 게 없다"고 비난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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