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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K 백신돌풍 주역… 한국계 호주인 마가렛 럼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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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K 백신돌풍 주역… 한국계 호주인 마가렛 럼프 상무

입력
2012.02.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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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속담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때가 지나서야 뒤늦게 처방을 내린다는 뜻이니 그럴 법하다. 반대로 평소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은 모든 제약사의 꿈. 몇 년 전부터 치료제보다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사업이 더 각광받는 이유기도 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에 따른 백신대란은 이 같은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백신사업 강화에 주력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남긴 회사로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가 꼽힌다. 2년 사이 부스트릭스, 인판릭스-IPV, 신플로릭스 등 3개의 백신을 출시하며 총 12개의 광범위한 제품군을 확보한 선두 그룹으로 도약한 것.

이 같은 성과 뒤에는 백신사업부를 총괄한 마가렛 럼프(39 사진) 상무가 있다. 한국계 호주여성이다.

GSK 한국법인 김진호 대표는 2009년말 그에게 한국행을 제안했다. GSK는 백신 원조기업 격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5%에 달했지만 국내시장에선 맥을 못 췄던 상황. 김 대표는 뜻 밖에도 당시 호주법인에 근무하던 36살의 이 젊은 약사출신 여성을 구원투수로 선발했다. 김 대표의 전화를 받은 그는 불과 이틀 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어요"

서울 용산구의 GSK 본사에서 만난 마가렛 럼프 백신사업부 상무는 인사 제의에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사실 럼프 상무는 외국인이나 다름없다. 한국생활의 경험은 1996년에 단기연수차 1년간 머물렀던 게 전부. 한국어도 당연히 서툴다. 게다가 백신사업 경험도 전무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가 온 뒤 백신사업부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 럼프 상무는 부임 2년 만에 부스트릭스, 인판릭스-IPV, 신플로릭스 등 3개의 백신 제품을 국내 출시했으며 전체 매출은 2.4배 가량 뛰었다. 사업 조직 역시 대폭 확대돼 인력은 60명에서 120명으로 늘었다. 그녀는 "골목가게에서 이제 겨우 슈퍼마켓 정도로 커진 격"이라며 "이제 대형마트(Hypermarket)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비결이 뭘까. 그녀가 내놓은 답은 '소통과 포용'이다. 사업부를 정비하면서 인력이 늘어남에 따라 조직문화가 사업의 성과와 직결될 수 있다고 본 것. 이때 30대 여성, 그리고 이방인이라는 점이 역으로 빛을 발했다. 처음 직원들과 친해진 계기도 그랬다. 직원 한 명이 지각을 하자 동료들이 "내일부터 나오지마"라고 농담을 건넨 것. 이 말을 들은 럼프 상무는 따로 그 직원을 불러 "우리는 당신을 계속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위로했다. 이 사건은 한동안 사내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본부 내 직원간의 멘토링 프로그램과 우수직원 표창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모든 직원들과 돌아가며 개별 식사를 한 뒤 항상 볼링을 함께 쳤다. 럼프 상무는 "친근한 농담 한마디를 위해 개그프로그램까지 챙겨봤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은 이제 그녀를 '마 상무'라고 부른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크로스컬쳐 커뮤니케이션(cross-culture communication)'이다. 이 또한 '중간자'라는 특수한 신분이 낳은 역할. 럼프 상무는 "한국에 왔더니 직원들이 본사와 이메일을 최소 10번씩 주고 받더라"며 "외국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 따른 의사전달의 미스(miss)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문화가 한국 문화가 공존하는 일터인 외국계 회사들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확립할 때"라고 덧붙였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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