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20일 학교폭력 대책으로 도입하기로 한 복수담임제를 이번 새학기부터 중학교 2학년에 우선 적용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실제로 지난해말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와 광주의 중학생, 교사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적용으로 논란이 됐던 서울 S중 사건 모두 자살한 피해학생이 2학년이었다. 중2는 왜 문제의 학년인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시기인데다, 학교 적응(중1)이나 고입 준비(중3)에서 자유로운 학년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던 단어 가운데 '중2병'이 있다. 일본의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중2병'은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중학교 2학년의 정신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됐다. 인터넷에서 유행한 중2병 자가진단 항목 중에는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칼을 소지하고 다니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깡패는 나의 우상이다', '죽음을 자주 생각한다',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강해지고, 강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해진다' 등이 있다.
과학적 진단은 아니지만 소외감, 허세, 자기망상 등 '중2병'의 특징은 실제 중2생의 정서적 불안을 반영한다. 신체적 성장이 급격히 이뤄지는 데 반해 심리적 성장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중학교 2학년이 학교폭력에도 가장 취약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의 배주미 박사는 "중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은 학교 적응에 바빠 긴장감을 유지하고, 3학년은 고교 입시 준비에 전념해 상대적으로 신경쓸 것이 많지만 2학년은 긴장감도 서서히 풀어지고, 학교 내의 힘의 논리도 터득하게 되면서 학교 폭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장미혜 연구위원이 전국 중ㆍ고생 3,734명을 조사해 이달초 발표한 '학교폭력 피해실태'에 따르면 학년별 학교폭력 피해율은 중학교 2학년이 15.96%로 가장 높았고, 중1(14.59%), 중3(10.45%), 고1(4.66%), 고2(4.62%) 순이었다.
가해학생 비율도 중2가 가장 높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최근 펴낸 '2010년 전국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친구폭행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중2에서 1.3%로 가장 높았고, 중1(1.2%) 고2(1.1%)의 순서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이상인 중학교 2학년 학급에 우선적으로 복수담임을 지정하도록 했으며 초등학교와 고교는 학교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가장 취약한 2학년의 학교 폭력을 근절하게 되면 1,3학년 선후배로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날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해 2014년까지 서울 초ㆍ중ㆍ고교에 전문상담인력을 배치하고, 학교의 공문서를 30% 이상 감축하는 교원업무 경감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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