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병사를 대신해 싸우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 머지않아 현실화할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가 2013년 예산안에 '아바타 프로젝트'를 처음 포함시킴으로써 아바타 개발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전체 국방비를 삭감하면서도 아바타 프로젝트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이 계획이 그만큼 필요하고 또 개발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추진하는 아바타 프로젝트는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바로 그 아바타를 모델로 상정하고 있다. 3D 기술로 만든 영화 속 아바타는 유전자와 신경접합 기술을 이용, 인간의 의식을 주입해 원격 조종하는 생명체를 말한다.
물론 국방부의 아바타 프로젝트는 생명체 대신 로봇을, 유전자 접합 기술이 아닌 인터페이스와 알고리즘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영화 속 아바타와 차이가 난다. 그러나 두 발로 걷는 반자동기계인 로봇 아바타는, 병사와 소통하고 병사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영화 속 아바타와 기본 개념이 유사하다. 향후 개발할 로봇 아바타는 아주 영리하고 또 민첩해 병사의 명령에 따라 청소도 하고 보초도 서며 부상자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로봇 아바타가 영화에서처럼 판도라성의 토착민 나비족과 같은 역할을 당장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투입 예산도 아직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영화 제작진은 2억3,700만달러를 쏟아 영화를 만들었지만 DARPA는 이번에 700만달러를 아바타 프로젝트에 배정했을 뿐이다.
그러나 DARPA의 기술 수준으로 보면 로봇 아바타의 개발이 먼 미래에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 국방부의 첨단 기술을 개발해온 DARPA는 알파넷 시스템을 탄생시켜 인터넷의 첫 문을 연 적이 있으며 SF 영화를 현실 속으로 끌어내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아바타 개발에 응용할 로봇만 해도 병사의 심리상태를 흉내낼 수 있는 페트맨, 4개의 다리로 전장에서 장비를 옮기는 알파도그 등을 이미 개발한 상태다. 어느 정도 마음으로 통제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원숭이를 상대로 시험하는 단계에 와있다. 이 같은 기술과, 로봇의 시각 및 촉각을 조작자가 실감하는 원격현실과 원격통제 기법을 접목한다면 로봇 아바타가 현실이 될 날이 아주 멀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병사가 자신의 마음과 융합된 로봇 아바타로 전장을 누비는 아바타 전쟁도 할 수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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