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직장인 자녀나 형제ㆍ자매 등의 가입에 따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처음으로 2,000만명을 돌파했다. 미성년자나 소득이 적은 노부모 등은 당연히 피부양자로 돌봐야 하지만, 고액자산가나 무노동 금융소득자들에게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느슨한 제도 때문에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건보 직장가입자 피부양자는 2002만1,777명을 기록했다. 국민 5명 중 2명이다. 2010년 말에는 1,962만명이었다. 전체 건강보험 대상자 중에서 직장인 피부양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35%에서 현재 41%까지 치솟았다. 저출산ㆍ고령화 추세로 볼 때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거주를 함께 하는 세대원만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전체 구성원의 재산과 소득을 근거로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무임승차 여지가 없지만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현재는 사업소득(임대소득 포함)이 있거나,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을 넘거나, 주택이 공시지가 15억원 초과인 경우(1만8,000명)에만 피부양자 지위를 박탈하고 지역가입자로 건보료를 부과한다. 올해 9월부터 추가로 연금소득이 연 4,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피부양자에서 제외되지만, 그 규모는 7,600명에 불과하다.
이런 느슨한 기준 때문에 수십억 자산가도 피부양자로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이자ㆍ배당 소득이 연 4,000만원이라면 연리 5%로 계산했을 때 현금형 재산만 8억원의 자산가이다. 더구나 금융소득이 연 4,000만원 이하일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세금ㆍ건보료에서 이중 혜택을 받는다. 근로소득에는 예외 없이 세금ㆍ건보료를 부과하면서 오히려 무노동 소득에 더없이 관대한 셈이다.
또 피부양자 중에서 공시지가 10억~15억원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3만2,000명(5억~15억원은 20만1,000명)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주택의 경우는 소득이 아닌 재산이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건보 직장가입자 1인당 피부양률은 프랑스 0.56명, 일본 1.09명, 독일 0.3~0.7명, 대만 0.72명이다. 우리나라는 1.5명 가량이다. 정부는 1인당 피부양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직장인이 급격히 늘고 지역가입자(자영업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며, 피부양자 규모 자체는 확대일로에 있다.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금융소득 기준을 4,000만원 이하로 낮추는 것은 경제부처에서 과세와 균형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고, 금융 소득 4,000만원 이하 자료는 금융실명제법에 위배돼 국세청에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복지부 입장에서는 소득 종류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소득을 통합해서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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