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60) 한화그룹 회장 횡령ㆍ배임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23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을 돌연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이 재판을 맡았던 형사12부(부장 한병의)는 선고공판을 미루고 3월22일 변론을 재개하기로 지난 17일 결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검찰 구형이 있던 지난 2일 선고공판을 23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부장판사는 법관 인사에 따라 오는 27일자로 인천지법으로 발령이 나 새 재판부가 다시 사건기록과 증거를 검토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언제 1심 선고가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 회장 사건은 그간 심리만 1년여 동안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해 서부지법 관계자는 "공소장이 100쪽, 증거 등 재판기록이 무려 5만쪽에 달할 정도로 사건이 복잡하다. 충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인사와 관계없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변론이 부족한 부분에 한해 심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도 "인사 이동 시기에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사이동을 앞둔 재판부가 중형이 구형된 재벌 회장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선고 연기를 통보받은 한화그룹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법원 내부 사정 때문에 연기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수천억원대의 횡령ㆍ배임 혐의로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됐으며, 검찰은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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