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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경장편 '테러의 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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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경장편 '테러의 시' 출간

입력
2012.02.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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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사과(28)씨의 경장편 <테러의 시> (민음사 발행)는 조선족 여성 제니의 이야기다. 인간 사회와 철저히 단절된 채 아버지의 학대를 받으며 자라다가, 서울로 팔려와 매춘부가 됐다가, 유력 정치인의 사랑을 받아 그 집 가정부로 일하다가, 그 집 아들의 영어 과외 교사였던 영국인과 도망쳤다가,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다가, 강남 대형 교회 목사 수중에서 간증 다니며 그의 배를 불려주다가, 실은 그녀의 포주였던 목사에 의해 도로 몸을 팔게 됐다가, 다시금 영국인 애인과 달아나는 그녀의 '서울 오디세이'다.

21세 때인 2005년 등단해 지금까지 <미나> <풀이 눕는다> <나b책> 등 장편 3권과 단편집 <영이> 를 내면서, 김씨는 반사회적 충동에 휩싸여 살인도 불사하는 폭력적 인물을 자주 그려왔다. 질투만으로는 해독되지 않는 불가해한 증오 때문에 단짝 친구를 살해하는 여고생, 회의 도중 불쑥 솟아난 살의에 이끌려 단골 식당 주인을 시작으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회사원 등등. 가히 '정념의 화신'이라 할 만한 등장인물과 더불어, 부글대는 분노와 거침없는 파괴 행위를 날것 그대로 묘사하는 거친 문체는 이제 김씨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테러의 시> 또한 이성보다 본능이 승한 인물들, 섹스와 폭력을 즉물적으로 묘사하는 장식 없는 문장으로 김씨의 기존 작품과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구축한 소설 세계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먼저 등장인물의 맹목적 일탈 행위를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해왔던 세계의 폭력과 부조리를 이번 소설에서 명확하게 드러낸다. 대형 교회와 불법 섹스 클럽을 동시에 운영하며 제니를 나락에 빠뜨리는 목사는 그 상징적 인물이다. 소설은 주인공 제니를 '늑대소년'처럼 무구한 상태로 서울에 내던짐으로써 문명사회의 아수라도를 극적으로 폭로한다.

김씨는 나아가 (제목처럼) 시적(詩的)이라고 할 만한 실험적 표현 방식을 대거 끌어들여 소설 갱신을 시도한다. 시 또는 합창을 연상케 하는 행갈이를 하거나,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무시해 기묘한 효과를 낸다. 랩 가사처럼 특정 구문을 반복하며 문장에 리듬감을 싣기도 한다. 예컨대 제니가 가정부로 들어간 정치인 집안의 아침식사 풍경. "미국산 시리얼 옆에 놓인 미국식 샐러드에는 미국식 샐러드드레싱이 뿌려져 있다. 남자가 미국산 유리잔에 든 미국산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75쪽)

제니와 영국인 애인 리가 마약에 취해 보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 초현실적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두 사람이 포주 목사의 화형식을 치를 때, 현실 속 교회에서 큰 불이 나서 목사뿐 아니라 "교수, 고급 공무원, 변호사와 판사, 저명한 예술가, 의사와 중견 사업가들"(205쪽)이 대거 희생된다. 제니는 또 환각 혹은 꿈 속에서 거대한 모래 폭풍이 서울을 통째로 묻어버리는 장면을 보곤 하는데,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연상케 하는 이 환상에서 그녀는 예언자의 아우라를 얻는다.

기존 소설, 회화, 음악을 차용하는 기법도 이번 소설에 형식적 새로움을 더했다. 김씨는 "예컨대 소설의 첫 장은 (미국 소설가) 윌리엄 버로스의 작품에서 차용했고, 마지막 장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몇몇 회화를 참고해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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