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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알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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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알 수 없어요

입력
2012.02.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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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인 숙

내가 멍하니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내가 생각에 빠져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왜 그리 멍하니 있느냐고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다 보니

바다,

바닷가를 헤매다 보니

내 좁은 방

* * *

1903년 무렵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아름다운 편지의 일부를 전합니다. “우리는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처럼 황량하다네. 자네가 내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볼 때, 내 속에 있는 고통이 무언가를 자네가 알며, 그리고 자네의 그 무언가를 난들 알겠는가. 만일 내가 자네 앞에 나 자신을 던져 놓고 울면서 설명한다 해도, 누군가가 자네에게 지옥은 뜨겁고 무시무시하다고 설명했을 때 자네가 지옥에 대해서 아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대해서 무엇을 더 알겠는가. 그 이유만으로도 우리 인간 존재는 우리가 지옥 입구에서 그러하듯이 그만큼 서로를 존중하고, 그만큼 사색적이고, 그만큼 사랑스럽게 대해야 한다네.”( 중)

친구와 연인과 가족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확신 때문에 그들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종종 무례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 수 없어요. 가끔은 그들 자신도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얼 생각하던 중인지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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