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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토리노의 말' "삶이란 죽음을 향한 전진" 헝가리 거장의 마지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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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토리노의 말' "삶이란 죽음을 향한 전진" 헝가리 거장의 마지막 인사

입력
2012.02.2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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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은 둘이다. 단역 수준의 배우까지 합해도 채 열 명이 되지 않는다. 대사도 거의 없고, 행동도 무의미해 보인다. 이야기라고 해야 특별할 게 없다. 가난한 마부와 딸, 그들 말의 엿새 동안의 모습을 무심하게 관찰한 듯 146분 동안 탈색된 화면으로 전달한다.

딱히 감정의 파도를 일으키거나, 육감을 자극할 만한 장치가 없는데도 마음 속에 태풍이 휘몰아친다. 무의미한 일상이 묵직한 메시지를 형성하고, 삶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이 관객의 어깨를 누른다. 언뜻 특별해 보이지 않는 '토리노의 말'은 인생과 죽음을 화두에 올리는, 너무나도 특별한 영화다.

영화는 채찍을 맞으면서도 움직이는 않는 말을 부둥켜 안고 발광한 니체의 사연이 내레이션으로 깔리며 열린다. 영화는 니체와 기이한 인연을 맺었던 그 말과 마부는 어떻게 됐을까라는 의문으로 출발한다.

영화는 노동에 지쳐 침대에 쓰러지고 옷을 갈아 입고 감자를 먹는 마부와 딸의 범상한 하루하루를 비춘다. 말이 움직이기를 거부하고, 음식까지 먹지 않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면서 마부 가족의 삶은 조금씩 금이 간다.

영화는 살아가는 것은 형벌과 다름 없다고 말한다. 변하지 않은 듯 미세하게 변하는 삶은 결국 죽음을 향한 전진과 마찬가지라고 읊조린다. 먼지를 일으키며 끊임없이 부는 거센 바람은 삶의 풍파를 의미한다. 마부가 되풀이하는 "먹어라"는 말은 살아있으니 살아가야 하는 삶의 맹목을 은유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지만 우울한 정서만을 조장하지 않는다. 종교적 체험의 순간을 안기며 삶에 대한, 일상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7시간 15분짜리 영화 '사탄탱고'로 유명한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의 신작이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수작이다. 타르의 영화로는 국내 첫 개봉작이다. 만나자마자 이별이라고 '토리노의 말'은 타르가 마지막 영화라고 선언한 작품.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23일 단관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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