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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익집단정치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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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익집단정치 이해하기

입력
2012.02.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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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 것을 보면 과연 선거철이다. 시민단체 1,000여개가 모여 발족한 2012 총선유권자네트워크는 ‘리멤버뎀(Remember Them)’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 후보자들의 정책성향 검증에 기초한 낙천ㆍ낙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전국 상인들로 구성된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 확장 저지를 위한 실력행사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출하기 위한 유권자운동을 벌일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인 모임인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은 여야 정당에 보다 직접적으로 이공계 인사의 국회 진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과 같은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연합조직, 중소기업부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중소기업단체, 외교통상부의 여권사진 무료촬영 방침에 반발하는 사진업계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단체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이야기 하고 있다.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도 약사들의 반발로 표류하다 국민들의 거센 요구에 직면하자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국민의 편의보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우선시 한 약사회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듯 하지만, 특정 사안을 두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 단체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시민단체의 낙천ㆍ낙선 운동이 출마자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옹호론도 있지만 정파적 낙인 찍기라는 비판도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핵안보회의 대항행동의 경우 단체들의 반미코드와 민주통합당의 참여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단체와 시장상인단체 그리고 사진업계의 집단행동에 이르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힘의 논리에 의해 방치된 약자 혹은 영세업자들의 몸부림으로 보는 시각에서 이들 직역의 이익도 고려해줘야 한다는 주장과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후생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장주의적 입장이 부딪히고 있는 탓이다.

이익집단의 정치에 있어 야누스의 두 얼굴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이익집단정치에는 미국 건국 초기 메디슨이 경고한 ‘파벌의 해악’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토크빌이 주목한 ‘결사의 예술’이 발현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파벌의 해악을 최소화하고 결사의 예술을 극대화 하는가에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파벌의 해악을 막기 위해 정부의 규제를 통해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디슨은 이를 화재가 두려워 공기(산소)를 차단하는 우를 범하는 것에 비유하면서 ‘규제보다는 집단 간 견제와 경쟁을 통해 파벌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의 낙천ㆍ낙선 운동이 바로 이 같은 예에 해당한다.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편향성의 문제는 유권자들이 서로 다른 경쟁 관계에 있는 단체의 정보를 크로스 체크해 극복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다. 우리 유권자들은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ㆍ낙선운동 이후 연이은 학습과정을 겪었다. 공직선거법도 2000년 2월 개정된 이후 올해 온라인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적응해왔다. 약사법 개정안 문제에서는 약사회-보건복지부-국회 보건복지위의 철의 삼각형 대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 등 소비자 단체 및 여론의 견제와 경쟁 구도가 유효했음도 우리는 확인했다.

이익집단정치의 활성화는 언뜻 사회를 교란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정치체제의 책임성, 효율성, 정당성을 높이는 쪽으로 작동한다. 다양한 단체가 목소리를 높이는 작금의 상황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통치능력 및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선순환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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