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가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우승(동부), 준우승(KGC인삼공사) 팀이 확정 됐고,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팀도 가려졌다. 사실상 남은 경기는 각 팀들에 큰 의미가 없다. 김 빠진 경기가 속출할 수 있지만 모비스가 있어 흥미롭다.
모비스는 최근 7연승을 질주 중이다. 6강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LG와 SK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25승24패로 어느새 5위까지 올라왔다. 4위 KCC와는 불과 한 경기 차.
함지훈 복귀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함지훈이 지난 4일 상무에서 전역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키가 200cm로 센터 치고 작지만 포스트업에 능하다. 상대 허를 찌르는 스텝과 훅슛이 뛰어나다. 또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 자신에게 수비가 쏠릴 때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가 정확하다. 덕분에 박구영과 박종천, 이지원 등 기존에 주목 받지 못하던 슈터들이 자신 있게 3점슛을 던질 수 있다.
함지훈의 가세로 모비스 선수들은 "요즘 농구 할 맛 난다"고 입을 모은다. 양동근과 외국인 센터 테렌스 레더에게 의존했던 농구가 아닌 고른 선수가 득점에 가담하는 농구로 변했기 때문이다.
'만수' 유재학 감독의 지략도 돋보인다. 유 감독은 일찌감치 함지훈 복귀 전 6위권에서 버티자는 확실한 목표를 잡았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주춤하자 평균 20.8점 10.6리바운드를 넣던 말콤 토마스를 17경기 만에 방출하고 레더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또 함지훈이 합류한 뒤 레더와 공존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레더에게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주면서 이타적인 함지훈이 뒤를 받칠 수 있도록 했다. 함지훈은 주로 미들 라인에서 득점보다 패스에 치중한다. 그는 레더에게 경기 중 "공을 잡으면 패스를 내줄 테니 골밑으로 빨리 들어가라"고 주문한다.
유 감독은 남은 5경기에서 전력을 다한다고 밝혔다. 함지훈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다양한 전술을 테스트해 볼 생각이다. 이미 그의 머리 속엔 플레이오프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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