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3,000여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은행원 출신 북한학 박사 1호를 기록한 김희철(49ㆍ국민은행 서울 한강로 지점장)씨의 다부진 계획이다. 김씨는 17일 동국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왜 하필 북한학을 전공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학부에서 영문학, 석사과정은 금융산업공학 분야를 전공해 북한학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에 대해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공략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북한은 민간 상업은행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통일이 되면 한국의 금융이 진출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통일이 되면 평양지점의 지점장이 되고 싶은 생각도 했어요.”
고향을 그리워했던 부친의 사연도 한 몫 했다. 김씨는 “아버지 고향이 평남 강서군이었다”며 “어릴 땐 아버지께서 고향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북한학 공부를 하기 전에 돌아가셨지만 북한 전공으로 박사를 딴 사실을 알면 분명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2008년 박사과정으로 동국대에 입학한 그는 3년 반을 공부한 끝에 학위논문을 완성했다. 주제는 ‘한반도 통일 비용에 관한 연구’. 그는 논문에서 통일비용 추정치와 재원 마련 방안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정리하고 ‘통일상품권’ 등 기금 마련을 위한 독특한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김씨는“통일 비용을 세금으로 따로 걷는다면 국민들의 심리적 저항이 클 것”이라며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통일상품권을 만들어 유통시킨 뒤 판매금의 일부를 세금으로 돌리는 것이 재원 마련이나 재래시장 상권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마흔 중반의 나이에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하기란 쉽지 않을 터. 김씨는 그 공을 가족에게 돌렸다. 그는 “4년 전 공부를 결심했을 때 두 아들이 각각 고2와 고3 이었다”며 “공부를 한답시고 잘 챙겨주지 못했는데 아내가 나 대신 아빠 역할을 다 해준 점이 고맙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렵게 딴 학위인 만큼 자신의 지식을 유용하게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회가 된다면 은행들이 대북 진출 사업을 할 때 시행착오가 없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도울 구상도 하고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제2의 삶을 사는, 다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은행원인만큼 그들을 위한 저금리 금융 상품을 만들어 정착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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