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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황기성씨 60년 만에 학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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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황기성씨 60년 만에 학사모

입력
2012.02.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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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늙어서 졸업하는데 축하는 부끄럽죠. 전쟁 통에 미뤘던 졸업장을 60년 만에 받고나니 한이 풀립니다.”

24일 열리는 성균관대 졸업식에서 80대 노인 두 명이 학사모를 쓴다. 정치외교학과 52학번 김정헌(81)씨와 경제학과 54학번 황기성(80)씨다.

김씨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입학해 9학기까지 등록했지만 정작 졸업장은 받지 못했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지금의 ROTC인 학사연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그 때는 서울대를 나와도 광부로 가고, 이화여대를 나와도 간호사 지원해 시체를 닦았다”며 “졸업보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먼저였다”고 했다. 전역 후에도 당시 태완선 부흥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름을 받고 정부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73년 설립한 복합재료 수출업체 근영실업을 운영하느라 졸업을 미뤘다. 이번에 대표자리를 아들에 물려주고 학교로 돌아온 것이다.

김씨는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정치학과에 입학했지만 지금은 정치외교 학과로 개편되면서 졸업을 위해선 중국외교사와 한국정치론 두 과목(6학점)을 추가로 들어야 했다. 그는 “귀가 먹어서 잘 들어가나 안 들어가지. 그래도 인터넷 영상교육까지 빠뜨리지 않고 들었다”며 “손자뻘인 후배들과 수업 마치면 자장면도 먹으러 다녔다”고 웃었다. .

황씨는 50년대 한 학기 등록금인 6,000원을 낼 형편이 못 돼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는 “지금으로 치면 600만원정도 될 것”이라며 “몇 번이나 학업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여력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80년대초 제1회 공인중개사시험에 합격, 의정부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해오다 최근 은퇴하고 지난해 2학기 재입학 해 졸업장을 따냈다. 경력을 살려 ‘서울지역 전세난과 주택가격 변동’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썼다.

황씨는 “그동안 졸업앨범을 얼마나 펼쳐봤는지 모른다”며 “58년만에 졸업장까지 얻어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한편 성균관대는 학위수여식에서 2010년 1월 말레이시아로 봉사를 떠났다가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린 동료 여성 봉사단원 3명을 구하고 숨진 스포츠과학부 08학번 고 정요한(당시 24세)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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