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전 정부에서 임명된 정부 산하 기관장 내쫓기에 앞장섰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예술의전당 이사장이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등에서는 정권 교체되면 어떻게 처신할지 지켜보겠다는 곱지 않은 의견들이 분출했다. 예술의전당 이사장 임기는 3년인데,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재임 1년 만에 그는 전 정권의 기관장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새 이사장의 임명 사유에 대해 '예술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서울문화재단 대표, 문화부 장관 및 대통령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하면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연예술기관인 예술의전당 위상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18일 임기가 끝난 이세웅 전 이사장 후임 인선을 2개월 전부터 진행했다"며 "예술의전당은 국내 대표극장이지만 기획 공연이 별로 없이 대관 위주로 흐르는 점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데 공연예술 전문가이며 행정 경험이 풍부한 유 전 장관이 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관 시절 산하 기관장과 갈등은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검토했지만 그래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화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밝힌 것으로 안다"며 "비상임이어서 (과거 기관장과의 갈등)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운영은 사장이 주도하며 이사장은 예산ㆍ결산, 정관 개정 등 연간 서너 차례의 정기ㆍ임시 이사회를 주재한다. 보수는 활동비 명목으로 월 18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인터넷에서는 비난 의견이 쏟아졌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 '유인촌님 임기가 3년 본인이 문화부장관 취임 후 온갖 문화부 보직에 계신 분들 임기가 남았어도 다른 정권 들어오면 물러나야 한다며 내쫓으셨죠. 내년에 본인도 잘 알아서 하실듯하니 실제로는 1년 임기 ㅎ'라며 '하지만 내년에 우리는 그러지 맙시다. 법적 임기는 늘 보장되어야 하니까요 우리는 말려도 그분이 자진해서 스스로의 행동이 옳았다는 걸 혼자 증명하실 걸 믿기에…'라고 꼬집었다. 일부 블로그에는 'MB 임기 말 보은인사 작열'이라는 제목을 붙여 장관 시절 막말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유 이사장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오르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2008년 3월 현 정부 첫 문화부 장관에 임명된 뒤 김정헌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을 사업 부실 등을 이유로 사실상 내쫓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해임 무효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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