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겨냥해 여야가 앞 다퉈 쏟아내는 복지공약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복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여야가 현재까지 내놓은 복지공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데만 연간 43조~67조원의 예산을 추가해야 한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김동연 제2차관 등 TF 관계자들은 50조원만 해도 올해 복지예산의 절반을 넘으며, 이를 확충하기 위해 세금과 국채 발행을 늘릴 경우 국가재정 건전성을 크게 해치리라는 예측을 감추지 않았다.
재정부의 움직임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공약에 대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제동을 건 첫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매달리는 현상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으로 이해된다. 무분별한 복지공약 확대가 자칫 한국경제의 앞날에 새로운 위협요인이 될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
정치권의 추가 복지공약을 실현하려면 올해 총예산 325조4,000억원, 복지예산 92조6,000억원을 각각 13.2~20.6%, 46.4~72.4% 늘려야 한다. 고령화 등 굳어진 사회변화 추세로 보아 현재의 복지 틀을 유지하는 데만도 정부지출이 크게 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반복소요가 추가될 경우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유럽의 경제불안에서 보듯, 재정 건전성 악화는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려 이자 부담을 늘리는 것은 물론,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을 더해 성장활력을 저하시킨다.
물론 정치권의 공약이 대개 그랬듯, 선거를 앞두고 마구 쏟아져 나왔다가도 국회 입법 등 실제 제도화 단계에서는 많은 내용이 폐기되거나 걸러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재정부의 우려를 과장된 몸짓으로 여기기 어려운 것은 과도한 공약이 국민 기대를 끌어올릴 경우의 진퇴양난 때문이다. 그대로 이행되면 재정에 재앙이고, 불발하면 사회불안의 불씨가 된다. 재정 능력을 초과하는 복지지출에 대한 과잉 기대는 가처분 소득을 웃도는 과소비 욕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여야는 정부의 움직임을 입에 쓴 약으로 삼아 경쟁적 복지공약을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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