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멀쩡하지만 일은 물론 취업준비도 하지 않는 순전히 쉬는 사람이 2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4.5%(159만명)까지 불어나 경제활력 저하가 우려된다.
20일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쉰 ‘쉬었음’ 인구는 201만5,000명이었다. 이는 2003년 해당 통계를 낸 이래 월간 최대치였던 지난해 1월(187만2,000명)보다 14만3,000명(7.7%) 많은 수치다. 전체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는 4.9%나 됐다.
비(非)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쉬었음은 ‘큰 질병이나 장애가 없으나 퇴직 등으로 지난 1주간 쉬는 상태인 사람’을 뜻한다. 심신이 멀쩡한데도 구직, 가사, 육아, 취업준비, 등교 등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놀고먹은 백수인 셈이다.
연간 ‘쉬었음’ 인구는 2003년 91만명에 불과했으나 2004년(103만명)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계속 늘어 2008년 135만명, 2009년 148만명, 2011년 160만명에 달했다. 이는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 증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3,555만명) 가운데 1월에 쉰 사람 비중도 사상 최대인 4.5%를 기록했다. 이 비중은 1월 기준으로 2007~2008년 3.7%였으나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4.1%로 상승했고 2010년 3.6%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4.1%로 다시 뛰었다. 현장에서 뛰어야 할 인구 가운데 쉬었음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경제활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이 추세적으로 느는 가운데 20대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2010년 11월 이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5개월째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10.2%), 12월(11.1%), 지난달(27.3%) 등 석 달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30대 쉬었음 인구도 7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선진국이나 일본처럼 ‘니트(NEETㆍ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족’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그 동안 많지 않았던 20~30대 쉬었음 인구가 최근 증가했다는 것은 대학을 나오고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업 포기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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