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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성미산마을극장 개관 3주년 기념잔치/ "공동체 마을, 뚝딱 만들어지진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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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성미산마을극장 개관 3주년 기념잔치/ "공동체 마을, 뚝딱 만들어지진 않았죠"

입력
2012.02.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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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공동체 마을이라니 환상적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주민 스스로 가치를 찾아나가는 일이 무척 고단하기도 합니다."(홍형숙 다큐멘터리 감독)

"지난해 방문객이 3,500명에 달할 정도로 성미산마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은 반갑지만 마을을 만드는 방법을 요약해달라는 요청은 곤란합니다. 주민들 사이의 오랜 교류 끝에 만들어진 결실이거든요."(위성남 ㈔사람과마을 운영위원장)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개관3주년 기념잔치 닐리리만보' 행사. 성미산마을 주민 50여 명은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2 성미산마을'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부쩍 관심이 쏠린 이 마을의 현실을 돌이켜 보고 있었다. 12년차 마을 주민인 강석필, 홍형숙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5년간 마을 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3부작 중 1부 '춤추는 숲'의 일부를 상영한 직후였다. 지난해 학교법인 홍익학원이 성미산에 부속 초ㆍ중ㆍ고교를 짓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산은 우리의 교육터이자 놀이터, 삶터"라며 공사를 막았던 '성미산 싸움'을 영상으로 다시 본 주민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성미산마을에는 갈등과 실패도 있어요. 완전한 공동체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춤추는 숲' 제작에 대한 주민들의 제안은 화두가 된 '마을 만들기'현상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1994년 공동육아를 하려는 주민들이 모여 어린이집을 만든 후 대안 학교, 생활협동조합, 공동 주택, 다양한 주민 동아리들이 생겨 나 형성된 성미산마을은 최근 공동체 마을의 모범 사례로 떠올랐지만 주민들 사이에는 자부심만큼 우려도 크다.

정현영(50) 성미산학교 교사는 "우리 마을은 지금까지 TV 출연도 많이 했지만 아름답게만 그려졌을 뿐 그 지난한 과정이 제대로 논의된 적이 별로 없었다"며 "마을은 정책이나 제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사람들이 환상만 갖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홍형숙 감독은 "이 마을에 전국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다른 마을들과 연대하는 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사 왔다는 이미영(37ㆍ여)씨 부부는 "성미산마을은 육아, 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꾸려져 왔지만 앞으로는 독신이나, 우리처럼 아이 없는 부부가 활동할 수 있는 장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열린 마을노래패 진동, 어르신 민요만담꾼 등 주민들의 축하 공연 때에는 박원순 시장이 참석해 "성미산마을처럼 사람들이 함께 놀고 함께 기뻐하고 관계 맺는 삶터가 많아졌으면 한다"며 축하말을 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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