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 정상자리를 놓고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박빙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비맥주는 출고량 93만4,541㎘로 1위, 하이트진로는 91만5,187㎘로 2위를 차지했다. 오비맥주가 약 2%가량 앞서고 있는 형국. 하지만 군납 등을 뺀 내수시장만 보면 하이트진로(87만3,845㎘)가 오비맥주(86만4,914㎘)를 1% 가량 앞섰다.
그 동안 업계 부동의 1위는 하이트진로였다. 하지만 15년 만에 처음으로 오비맥주가 왕좌에 오른 것. 군납용이 포함된 수치이긴 하나, 오비맥주의 정상등극은 큰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 내수시장에서도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거의 없는 수준이어서, 올해 경쟁은 한층 뜨거울 전망이다.
오비맥주는 그 동안 저알콜 술 문화 확산에 맞춰 20~30대를 겨냥, '카스'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2007년 '카스 레드' 출시를 시작으로 '카스 레몬' '카스 2X'를 잇따라 내놓는 등 시장에서 '카스=젊은 술'이란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으며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켰다.
이에 반해 하이트진로는 기존 '하이트' 브랜드의 뒤를 이를 후발주자를 키워내지 못해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2007년 출시된 '맥스'와 2010년 나온 '드라이피니시 d' 등 신규 제품이 시장의 호응을 못 받은 것.
오비맥주의 선전이 공격적 마케팅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2009년 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가 회사 몸값을 키우기 위해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가 최근 나타난다는 것. 반면 하이트진로는 2006년 하이트가 소주업체 진로를 인수한 뒤 별다른 마케팅 전략 없이 과거 명성에 안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올해부터다. 하이트와 진로의 법인 통합이 지난해 9월 이뤄진 점, 올 초 전국적 유통망을 갖춘 롯데가 시장에 뛰어든 점 등 변수가 남아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하이트와 진로 간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과거 저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면서 "여기에 새롭게 합류한 롯데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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